21일 오전 종현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종현의 발인식이 치러졌다. 이날 종현이 가는 마지막 길에는 유가족과 약 10년간 함께 동고동락한 샤이니 멤버들을 비롯해, 그의 소속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 동료 및 직원, 연예계 동료들, 친구, 그리고 그의 음악을 사랑했던 팬들이 배웅했다.
종현을 떠나보내는 자리에는 그의 평안한 영면에 이르길 기도하듯 잔잔한 찬송가가 흘러나왔다. 발인식은 예정된 9시보다 9분 정도 빠른 오전 8시51분에 시작됐다. 고인과 같은 그룹의 멤버로 활동했던 민호가 위패를, 종현의 친누나가 고인의 영정사진을 들고 운구차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슈퍼주니어 이특과 은혁, 예성, 동해가 운구를 도왔다. 다른 샤이니 멤버 온유, 태민, 키를 비롯해 종현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한 연예인 동료 및 친구들이 그 뒤를 따랐다.
발인식은 8시57분에 끝이 났다. 영하에 이르는 추운 날씨에서도 현장은 종현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한 천여 명의 팬들로 가득 찼다. 생전 고인의 전 세계적인 인기를 증명하듯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 팬들 뿐 아니라,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해외 팬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생전에도 밝게 빛났던 종현의 성품은 그가 떠난 뒤에서 여전하게 빛을 발했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애도한 것이다. 19일부터 마련된 빈소에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를 비롯해 강타, 보아, 소녀시대, 엑소, 슈퍼주니어, 레드벨벳, NCT 등 소속사 가수들과 아이유, 하이라이트, 신세경, 비투비, 태양, 준케이, 황찬성, 인피니트, 에이핑크, 이승철, 장현승, 현아, 김신영, 워너원 등이 조문했다.
빈소에 올 수 없는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갑작스러운 이별에 마음 아파했다. 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였던 장리인은 “같이 노래했던 우리, 안식을 찾길. 천국에서는 아프지 말길”이라는 글로 동료 종현을 애도했다.
엑소의 전 멤버이자 SM 소속 후배였던 루한과 타오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루한은 자신의 웨이보에 “믿기지 않는다. 잘가요. 최고의 보컬”이라고 글을 게재했으며, 타오는 “잠을 잘 수 없다. 그때 날씨가 참 추웠었는데 처음 한국 갔을 때, 처음 방송국 갈 때 ‘hot times’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다. 너무 아름다운 추억을 남겼다. 이 무대 때문에, 노래 때문에 너무 빨리 무대에 서고 싶었고 연습도 빨리하고 싶었다. 고맙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선배님, 형이었다. 지금 이 시간, 그냥 얘기할 수 없는 기분인 거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SNS에서 한국어를 사용한 적이 없었던 타오의 경우 한국어로 종현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영국의 BBC 미국의 빌보드, 워싱턴포스트(WP) 등 해외의 주요 외신들은 종현의 죽음을 중요한 뉴스로 다뤘다. 특히 내년 2월 투어콘서트가 개최될 예정이었던 일본의 경우 종현의 사망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일본의 주요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에는 종현의 사망 기사를 메인에 걸어두었으며, 데일리 스포츠, 닛칸 스포츠 등 일본의 주요 스포츠연예매체들도 종현의 사망 비보를 자세히 다뤘다. 니혼 TV를 비롯한 일본 방송사들 또한 그의 사망을 주요뉴스로 다뤘다. 니혼 TV의 경우 아침 뉴스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 종현 사망 관련 소식을 자세하게 전했다. 정통 뉴스 시간에 한 가수의 사망을 상세히 보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종현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대외적으로 화려해 보였던 종현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을 비탄과 충격에 빠드리게 했다. 종현이 디어크라우드 나인을 통해 남긴 유서는 많은 이들을 울렸다. 종현은 유서를 통해 “속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난 오롯이 혼자였다. 도망치고 싶었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들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고 털어놓은 뒤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라고 그동안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진심을 드러냈다.
종현의 아픔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더욱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죽음을 선택하기 일주일 전 종현은 솔로 콘서트를 개최하면서 활발한 음악적 행보를 이어왔던 것이다. 이날 콘서트를 통해 연초 발표할 신보 수록곡 ‘환상통’ ‘어떤 기분일까’ ‘와플’ ‘크리스마스송’ ‘사람 구경 중’ ‘테이크 더 다이브’(Take The Dive) 등 신곡을 대거 공개했다.
심지어 고인은 콘서트 후에도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 신보 재킷 촬영 등을 진행하며 사망 사흘 전까지 열정적으로 컴백 준비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JTBC ‘밤도깨비’ 녹화까지 마쳤다. 여기에 샤이니 완전체 돔 콘서트 진행 등도 예정돼 있었기에 그동안 마음속에 쌓인 아픔을 숨기고 활동해야 했을 종현의 상황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더욱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故 종현은 2008년 그룹 샤이니로 데뷔해 ‘누난 너무 예뻐’, ‘루시퍼’, ‘셜록’ 등 다수의 히트곡을 발표했으며, 솔로곡을 비롯해 다양한 가수들의 앨범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뮤지션으로서의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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