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탄핵 표결을 앞두고 의회에 출석해 탄핵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엘 코메르시오 등 페루 언론에 따르면 쿠친스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의회에서 2시간 동안 야권의 탄핵표결 추진을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나는 부패하지 않았으며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다”며 “탄핵이 성사되면 과거의 독재 시대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친스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는 그가 브라질 대형 건설사 오데브레시의 권력형 부패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시작됐다. 쿠친스키 대통령이 운영하는 컨설팅 업체 웨스트필드 캐피털이 오데브레시가 이끄는 컨소시엄으로부터 78만2,000달러(약 8억5,000만 원)의 자문 수수료를 받는 등 그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500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당시 재무장관과 총리 직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오데브레시는 페루의 주요 고속도로 공사 계약을 따냈다.
의원들은 쿠친스키 대통령의 최후 변론을 청취한 뒤 탄핵에 대한 찬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탄핵안이 최종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 130명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87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앞서 93명이 탄핵절차 개시에 찬성한 바 있어 탄핵안도 무리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쿠친스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대선에서 석패한 게이코 후지모리의 민중권력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어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7월 취임한 쿠친스키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마르틴 비스카라 수석 부통령이 2021년 7월까지 남은 임기를 대행하게 된다. 비스카라 부통령은 정치적 경험이 적어 크고 작은 정책 추진에서 의회의 협조를 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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