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의 새 자치정부 구성을 위한 조기선거에서 분리독립 진영이 가까스로 과반을 차지하며 승리했다.
이로 인해 조기선거 승부수로 독립 여론을 잠재우려 시도했던 중앙정부의 구상에 차질이 예상된다.
AP통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카탈루냐 자치의회 선거 개표가 99% 진행된 가운데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주장한 3개 정당이 전체 의석 135석 중 70석을 차지했다.
3개 당별로 보면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카탈루냐와 함께’가 34석, 오리올 훈케라스 전 부수반이 옥중에서 지휘한 공화좌파당(ERC)은 32석을 얻었다. 또 다른 독립파인 민중연합후보당(CUP)은 4석을 차지했다. 독립진영이 얻은 이 같은 의석수는 지난 2015년 선거 때보다는 2석이 줄어든 것이다.
잔류진영의 시민당(시우다다노스)은 이번 선거에서 37석을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제1당이 됐다. 하지만 분리독립 진영 정당들의 합산표가 더 많아 선거 승리에는 못 미쳤다. 또 다른 잔류파이자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속한 국민당(PP)은 3석을 얻어 기존 11석보다 크게 세를 줄였다.
스페인 정부에서 해임된 뒤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번 선거를 후방 지원해온 푸지데몬 전 수반은 22일 “라호이 총리 진영에 모욕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중앙 정부에 브뤼셀에서 새로운 협상을 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유럽은 라호이 총리의 해결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카탈루냐의 미래는 카탈루냐가 반드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선거로 카탈루냐 독립을 저지하려던 중앙정부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앞서 푸지데몬 전 수반이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한 뒤 독립을 선언하자 중앙정부는 자치권 일부를 몰수한 뒤 조기선거를 진행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립진영의 승리는 바르셀로나(카탈루냐)와 마드리드(중앙정부) 간 긴장감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독립진영이 근소한 차로 승리하는 데 그치고 잔류파가 제1당을 차지하면서 분리독립 세력의 추진력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구성권이 어느 진영으로 갈지도 아직 불분명하다.
카탈루냐 역사 전문가인 앤드루 다울링은 “독립진영이 자치정부를 다시 구성하더라도 행동을 조심할 것”이라며 “되찾은 자치권을 또 잃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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