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아킬레스건인 ‘성완종 리스트’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정치인생이 걸려 있던 사건에서 벗어나면서 홍 대표의 정치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한국당 후보로 뛰었던 만큼 향후 정치적 리더십 발휘 여부에 따라 ‘차기 유력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홍 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준비해온 ‘홍준표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 조직혁신을 서둘러 마무리한 뒤 선거 체제로 전환해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1야당 대표로서의 무게감이 이전보다 한층 더해진 만큼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견제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대법원 무죄 선고 직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휘말려 폐목강심(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힌다)의 세월을 보냈다”고 소회를 밝혔다.
홍 대표는 이날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는 동안 시종일관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최악의 경우 유죄로 나오면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는 선고 전까지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외부인과도 만나지 않은 채 당사 대표실에서 묵묵히 기다렸다. 점심은 대표실에서 도시락으로 대신했다.
한국당은 이날 무죄 확정 직후 논평을 내 “사필귀정이고 무척 기쁜 일”이라고 화답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이제 확고한 홍 대표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며 인적혁신·조직혁신·정책혁신에 매진해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친홍 체제’를 공고히 해 보수진영 개혁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을 할 것”이라며 진보정책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제2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선임하고 조직 구성을 마무리해 혁신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여투쟁 강화와 함께 정부 여당을 향한 비판은 더욱 거칠어질 가능성이 높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내년 지방선거 시 개헌 동시 투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홍 대표는 또 검찰을 향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에게는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신을 향한 당내 반발을 용납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최근 친박계와 부딪히며 자주 설전을 벌여왔다. 홍 대표는 “자기 생각하고 다르다고 걸핏하면 삿대질을 하거나 고함을 지르는데 그런 거 앞으로는 안 받아들이겠다”고 경고했다. ‘홍준표 사당화’ 논란을 당 장악력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문제로 떠오른 정계개편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합당하면 보수 적통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어 세 결집에 공을 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홍 대표와 함께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이날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그는 친박계의 지지를 받으며 승승장구해왔지만 성완종 리스트로 총리직을 내려놓는 등 정치인생의 고비를 맞았다. 이 전 총리가 명예회복을 위해 조만간 정치복귀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로 출마하거나 국회의원 재보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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