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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처리 못한 법안 7,800건...이런 임시국회 왜 하나

12월 임시국회가 22일 본회의를 결국 열지 못했다. 국회 개헌 특위 활동 기간 연장을 위한 여야 협상이 불발한 탓이다. 이번 본회의 무산으로 이날 처리 예정이었던 31개 법안의 운명이 불투명해졌고 그 결과 이번 임시국회에 접수된 법안 226건 가운데 처리하지 못하고 남은 법안은 223개가 됐다. 20대 국회 전체로 보면 1만여건 중 7,800건 이상의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채 서랍 속에 쌓였다. 법안 처리율이 고작 20%에 불과하다. 이러니 ‘맹탕 국회’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속 내용을 보면 더 한심하다. 국가정보원 개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같은 법안이야 여야 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라 해도 경제활성화에 꼭 필요한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근로기준법 개정안까지 무산된 것은 정치권의 무능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여야가 야당 통합, 개헌, 선거구제 개편 같은 현안을 놓고 서로 치고받으면서 시간을 허비한 탓이다.

정치권의 싸움박질에 엉뚱한 법안들이 유탄을 맞기도 했다. 산후조리원 위생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이나 경주와 포항 대지진 피해 주민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재해구호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임시국회 개회 첫날 ‘유종의 미를 거두자’ ‘밥값 하는 국회가 되자’던 정치권의 다짐이 그새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내년 2월 임시국회가 열려도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넉 달 후 지방선거가 치러지는데다 개헌 논의라는 블랙홀까지 도사리고 있다. 여기에 평창올림픽도 대기 중이니 ‘깡통 국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게 당연하다. 오죽했으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입에서 “법을 고치지 않고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규제 완화 방안을 우선 찾겠다”는 말이 나왔을까.



우리 경제의 내년 성장률이 3%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미래를 위한 신성장 분야의 경쟁력도 미국과 중국에 한참 밀린 상태다. 국회에서 방치한 경제활성화 법안은 이 난국을 돌파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다. 정치는 이러한 국민의 요구에 서둘러 답할 의무가 있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희망 대신 실망만 안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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