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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참사 현장 가보니] 출입문 막히고 초기 대응도 허술…이번에도 人災였다

“2층 여자 사우나실은

비상구 안내자도 없었다“

“유리창 깨지않고 물만 뿌려

당국 골든타임 놓쳤다“ 지적

1층 주차장 배관 작업 중

불꽃튀어 발화한 것으로 추정

22일 오전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경찰·국과수·소방 당국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이번에도 역시 ‘인재(人災)’였다. 화재사고가 났지만 우왕좌왕하면서 비상구 안내를 안 했고 출입문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소방 당국은 초기대응 미숙으로 귀중한 인명을 구할 골든타임을 놓쳤다.

22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29명과 부상자 34명의 피해가 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에서 유독 사망자가 많았던 2층 여자 사우나에서 비상구를 안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체 사망자 29명 중 20여명이 희생된 2층 여탕은 밀폐된 복층구조인데도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비상구를 안내하며 대피하라고 알려준 직원이 없어 우왕좌왕하다 다른 층보다 피해가 컸다는 것이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2층 여성 사우나실에 비상구를 안내하는 인원이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화재 진압 당시였던 지난 21일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 관계자는 “2층 사우나에서는 비상구 쪽보다 탈의실 주변 출입구에서 훨씬 많은 시신이 발견됐다”며 “3층 남성 욕탕은 이발사로 일하는 직원이 화재를 알리고 비상구 위치를 알려주며 대피하도록 유도해 피해를 크게 줄였지만 2층에는 그런 역할을 했던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층 여성 사우나에 있던 희생자 20여명은 비상구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 소방 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상구 근처에 쌓인 시신은 1~7층 전체를 통틀어 10명 이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구 위치를 알았다면 비상구 근처에서 시신이 많이 발견됐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다수 시신이 탈의실 주변 출입구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층 여성 사우나의 출입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복수의 사우나 이용객들은 “평소에도 2층 여탕 출입문 버튼이 제대로 조작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도 브리핑을 통해 “2층 방화문 안쪽에 유리문으로 슬라이딩도어가 있는데 그 안쪽에서 사망자들이 많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의 미숙한 초기대응이 희생자를 늘리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천소방서에서 출동한 소방차는 신고 접수 7분 만에 도착했지만 2층 통유리를 깨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또 구조사다리가 늦게 펴진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소방 당국은 이에 대해 “현장 도착 당시 1층 LPG 폭발 위험이 있어 1층부터 진압해야 했다”며 “외진 지역이다 보니 소방관도 부족해 현장 구조대원이 4명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처음 도착했던 구조대원이 부족해 가장 위급해 보였던 벽에 매달린 시민들을 먼저 구조했다는 것이다. 또 사다리의 경우 “사다리는 정상 작동했지만 수평이 맞지 않아 시간이 다소 걸렸다”고 해명했다.

한편 소방 당국은 이날 CCTV를 통해 이번 화재가 1층 주차장 배관 열선 설치 작업 중 불꽃이 튀어 스티로폼에 옮겨붙으면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불붙은 스티로폼이 주차장 내 차량에 떨어지면서 차량에 불이 옮겨붙어 불이 커진 것이다. /제천=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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