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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미사일 100발 이상 탑재 '공포의 전함'..."유사시 적 기지 초토화"

<19> '비운의 아스널십' 한국서 부활하나

첫 구상 美선 의회 반대로 무산됐지만

국내선 북핵·ICBM 도발 대응으로

"합동 화력함 만들자" 논의 급속 확산

실현땐 150~200발 미사일 탑재 예상

무장 비용·건조 단가 등이 관건

선행 연구 끝나는 내년말 윤곽 나올듯

아스널십(Arsenal Ship)이 한국에서 살아날 조짐이다. 아스널십이란 말 그대로 무장을 잔뜩 실은 함정. 미국에서 지난 1988년 함정에 대한 개념이 처음 소개된 뒤 논의 끝에 1995년 본격적으로 건조가 추진됐으나 의회의 반대에 밀려 요란한 소리만 남긴 채 개념 단계에서 사라진 군함이다. 본고장 격인 미국에서는 실현되지 못한 아스널십이 한국에서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아직은 연구기관과 군 일각의 초기 개념 공유 및 숙의 단계지만 의외로 진척을 보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비공개 세미나와 토론회를 통해 최소한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두 번째,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도발로 작전환경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방안이 실현돼도 한국형 아스널십의 규모는 미국이 추진하던 ‘전함급 아스널십’보단 훨씬 작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이 배에 수직 미사일발사대 512개를 실을 계획이었으나 우리가 개발할 한국형 아스널십은 3분의1 수준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아스널십의 가칭은 ‘합동화력함’. 두 척을 건조하는 게 기본구도다. 동해와 서해에 각각 한 척씩만 배치해도 지상의 전략목표물에 대한 해상 타격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아스널십의 위력은 그만큼 강하다.

◇지상 공격을 위해 탄생한 아스널십=옥스퍼드 온라인 영어사전을 보면 ‘아스널’은 ‘무기나 군사장비의 묶음’ 또는 ‘무기나 군사장비를 제조하는 공장이나 보관하는 창고’라는 뜻을 가졌다. 아스널십은 ‘바다에서 움직이는 미사일 탄약고’라고 할 수 있다. 개념으로만 연구됐지 실전배치는 물론 건조된 함정도 없다. 미 해군이 이런 함정을 생각하게 된 시기는 1950년대 이후. 덩치 큰 전함들을 잇따라 퇴역시켰으나 그 타격력을 잊지 못해서다. 아이오와급 전함의 16인치(406㎜) 주포 9문의 동시 발사는 지구 상에서 원자폭탄을 제외하고는 가장 위력이 세다고 인정받던 터. 전함이 퇴역하며 지상 공격력이 떨어지자 미국 해군은 1970년대 핵추진순양함까지 찍어냈다. 각종 미사일 60여발 이상을 탑재하는 순양함을 건조한 게 바로 이 때문이다.

◇‘21세기 미사일 전함’으로 각광 받았으나…=변화가 생긴 것은 1988년부터. 한 예비역 제독이 낸 아이디어를 신중하게 검토한 미 해군은 1995년 이를 공론화했다. 검토하는 동안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신뢰성이 검증된 수직발사관 시스템과 정보공유 시스템 덕분에 아스널십도 ‘무적의 괴물’ ‘21세기의 미사일 전함’으로 불릴 정도로 떠올랐다. 미 해군은 아스널함 예상도에 ‘BB-72’라는 예비함번을 붙여 20세기 전함의 명맥을 잇는 함정이라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미국의 마지막 전함 함번은 미완성 전함인 BB-71 몬태나). 그러나 1997년 미국 의회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아스널십에 대한 기대도 바로 꺼졌다.

◇아스널십, 줌월트급 구축함 등에도 영향=사업은 중단됐지만 아이디어는 그대로 생존해 두 가지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 첫째는 줌월트급 구축함. 일반함포보다 사거리가 3배나 먼 장거리지상공격포탄(LRLAP)을 쏠 수 있는 155㎜ 함포를 개발하고 수상전은 물론 상륙작전까지 지원하는 임무를 맡겼다. 문제는 과도한 건조비용. 척당 건조단가가 5조원에 이른다. 미국도 이 같은 건조비를 감당할 수 없어 건조물량을 계획한 32척에서 달랑 3척으로 줄였다. 줌월트급의 주요 임무 역시 지상 타격에서 함대 지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꿔 말하면 대 지상 타격의 공백은 더 커졌고 건조가 중단될 줌월트급을 대신할 새로운 형태의 아스널십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미국의 군함건조 업체 헌팅턴사는 안토니오급 신형 상륙강습함의 선체를 이용해 발사관 288개로 구성된 아스널십을 건조하는 방식을 미 국방부에 요구하고 있다.

미 해군이 지난 90년대 중반 대지상 타격 능력 강화를 위해 도입하려면 아스날십의 예상도. 각종 미사일 500기를 적재해 ‘21세기형 미사일 전함’으로 각광받았다. 예산 사정 등으로 사라졌던 아스날함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스널십, 한국과 관련 많아=건조가 무산된 아스널십의 영향을 받은 두 번째 함정이 바로 오하이오급 원잠. 오하이오급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적재하는 전략잠수함이지만 미 해군은 이를 새로운 함정으로 개조했다. SLBM을 한 발을 적재하는 대형 사일로를 7개로 갈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발사대로 삼았다. 24개 사일로 가운데 2개는 특수부대 작전용으로 떼어주고 22개에 7개씩 모두 154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적재한다. 현존 함정 가운데 가장 강한 타격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오하이오급 개량 공격용 원잠은 북핵 위기 때마다 한반도 해역에 출동해 전쟁 억제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이 초긴장하던 LSMR 시흥함의 21세기판?=한국 해군은 대지 공격을 위해 화력을 집중 운용해본 경험이 있다. 1945년 6월 태평양전쟁 종전 직전 미국에서 건조된 중형상륙함에 로켓 발사대를 앉힌 화력지원함으로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던 미 해군 LSMR-527 화력지원함을 1963년 공여받아 1980년까지 알토란처럼 써먹었다. 중형상륙함에 로켓 발사대 10개를 장착한 ‘시흥함’이 출동하면 북한군이 비상경계에 들어갈 정도로 화력지원함은 북에 공포의 존재였다고 전해진다.



도입 논의가 일기 시작한 ‘합동화력함’은 과거 시흥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적어도 100발 이상의 미사일을 탑재해 동해와 서해에서 전략목표를 강타할 수 있다. 해군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으나 1,000개를 넘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효율적으로 잡기 위해서는 건조와 배치가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말에야 윤곽 나올 듯=구체적인 내용은 선행연구와 합동성 검토 등이 끝날 내년 말께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것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전자·통신장비는 줄이되 대공미사일은 자함 방어 수준만 운용하고 탄도미사일인 현무2 시리즈와 순항미사일인 현무3 미사일을 혼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함형 역시 건조단가를 낮추기 위해 기존의 함형을 그대로 적용할 예정이다. 상륙함이나 구축함형이냐가 관건이다. 반대론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함정 건조단가는 낮아도 수백 발의 미사일을 탑재하기 위한 무장 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평시에는 활용도가 크지 않으며 유사시에 가장 먼저 공격 대상이 될 위험도 있다. 미사일사령부를 운영하는 육군과의 관계설정도 문제다.

◇중국도 아스널급 개발=아스널십에 대한 한국·미국·중국 간 경쟁도 지켜볼 만한 사안이다. 중국도 아스널함에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 자매지인 ‘포퓰러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중국이 아스널십으로 구상 중인 새로운 함정의 배수량만도 약 2만톤. 한국에서 거론되는 함형보다 최소한 2~3배 크다. 중국은 이 함정을 두 가지 형태로 개발할 계획이다. 전통적인 수상함정 형상과 잠수함형의 두 가지를 평가해 하나를 고르거나 두 가지 다 선택할 예정이다. 탑재하는 미사일은 약 300기. 만약 한국의 아스널십 계획이 그대로 진행되고 미국이 안토니오급을 아스널십의 플랫폼(발사관 288개)으로 쓴다면 중국이 아스널십 미사일 발사관 숫자에서는 가장 앞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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