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0일 ‘미국 우선주의’ 깃발을 내걸고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전 세계를 살얼음판으로 만들었다. 취임 직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주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며 ‘보호 무역주의’로의 회귀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에 대한 재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최대 무역적자국인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며 미중 무역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이 밖에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6월에는 파리기후협정, 10월에는 유네스코에서 각각 탈퇴를 선언하는 등 기존 국제질서를 뒤흔드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점차 약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시진핑 집권2기 시작...확고한 1인체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2050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 실현을 위한 포부를 밝히며 집권 2기 시작을 선언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시진핑 새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공산당 당장에 추가하며 마오쩌둥 반열에 올라선 시 주석은 이번 당 대회에서 중국 공산당의 불문율이었던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전통을 깨뜨리고 측근들을 권력수뇌부에 전면 배치하며 1인 지배체제의 기반을 다졌다.
△말레이서 독살 당한 ‘백두혈통’ 김정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지난 2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동남아 출신 여성 2명의 신경가스 VX 공격으로 암살당해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김정남은 2009년 이후 후계자 구도에서 배제됐지만 혈통 정통성을 강조하는 북한에서 ‘백두혈통(김일성 일가)’인 그는 김 위원장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북한 정권의 잔인성을 국제사회에 알린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11월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유럽 기성정치의 위기...극우 정당 급부상
유럽 정치지형이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으로 크게 흔들리면서 프랑스에서는 ‘혁신’을 앞세운 신예 에마뉘엘 마크롱이 기득권에 대한 분노를 원동력 삼아 지난 5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기성 정당의 기반이 크게 축소되면서 극우 정당들이 부상했다. 9월 독일 총선에서는 극우 정당이 중도 우파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표를 갉아먹으며 72년 만에 독일 의회에 입성했으며 오스트리아·체코 등에서도 극우정당 입지가 급속히 넓어졌다.
△사우디-이란 갈등 심화...요동치는 화약고
중동에서 패권경쟁을 벌이는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대표국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국 대립은 카타르 단교 사태,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권 동맹군과 친이란 예멘 반군이 벌이는 예멘 내전을 장기화하며 중동 정세를 예측 불가능한 국면으로 이끌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전 세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 ‘화약고’에 불을 댕겼다.
△할리우드서 전세계로 번진 ‘미투’ 캠페인
10월 미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서 시작된 성추문 파문이 피해 여성들의 적극적 고발을 일컫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으로 확대되며 올 하반기 전 세계에서 들불처럼 번졌다. 미국 연예계와 정·재계, 문화·언론·학술계는 물론 영국·일본 등으로 확산된 미투 캠페인으로 성추문에 연루된 숱한 인사들이 퇴출됐으며 미 시사주간 타임은 ‘올해의 인물’에 미투 운동을 일으킨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선정했다.
△IS, 이라크서 쫓겨났지만 테러 공포 확산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목표였던 ‘칼리프국가’ 수립이 좌절됐다. IS는 지난 7월 주요 거점 도시 이라크 모술에서 약 3년 만에 쫓겨났고 3개월 뒤인 10월 수도 역할을 하던 시리아 락까에서마저 패퇴했다. 하지만 영토를 잃은 IS는 테러 대상 지역을 확대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IS는 영국·스웨덴·스페인은 물론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에서도 대규모 테러를 일으키며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품질조작’으로 위기 빠진 제조업 강국 日
‘제조업 강국’으로 위상을 떨치던 일본에서 고베제강 등 간판 제조기업들의 부정행위가 연이어 적발되면서 일본 제조업의 신뢰도가 뿌리째 흔들렸다. 지난 10월 일본 철강업계 3위인 고베제강을 시작으로 미쓰비시전선·도레이 등 주요 기업들이 품질 데이터를 조작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간 일본이 자랑해온 ‘모노즈쿠리(장인정신)’는 위기에 빠졌다. 더욱이 비리가 수십 년 이상 묵인되고 적발 후 은폐된 사실까지 확인돼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기후변화 후폭풍...곳곳서 한파·지진·홍수
기후변화의 후유증에 지구촌은 극심한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았다. 콜롬비아와 인도·네팔·방글라데시 등에서는 최악의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9월에는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가 카리브해 지역과 미국 남부를 강타했다. 9월에는 멕시코, 11월에는 이란·이라크 국경에서 강진이 발생해 각각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 캘리포니아 주는 두 차례의 초대형 산불로 초토화됐다.
△미얀마 인종청소...계속되는 로힝야의 눈물
60만명에 달하는 난민 사태를 촉발한 미얀마 무슬림 소식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는 올 한 해 세계를 가장 분노하게 만든 뉴스 가운데 하나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아웅산수치 국가자문은 로힝야 사태를 외면해 국제적 지탄을 받았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정부는 난민 송환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유엔 인권이사회는 12월5일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탄압을 반인륜적 범죄로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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