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정부 여당의 부동산 보유세 인상 움직임에 대해 “신중한 접근과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시기상조’라는 뜻을 밝혔다.
정부의 ‘핀셋증세’와 맞물려 자칫 ‘보편증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정부가 지난 8·2부동산대책 이후 쏟아내는 강경책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또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내년 6·13지방선거 전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진영이 하나로 뭉치는 ‘범보수대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보유세 인상 논의와 관련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자칫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고 장기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부동산대책에는 당연히 찬성한다”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온통 규제 위주의 부동산대책만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강력 규제대책을 충분한 유예기간 없이 졸속으로 시행하면서 ‘정책의 사각지대’가 생기고 정책을 수정하는 촌극도 빚어졌다”며 “수요와 공급 측면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규제만 해서는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보유세 인상은 최근 여권에서 관련 발언들을 꺼내며 가시화되고 있어 김 원내대표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립할 경제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18대 국회 때부터 지금까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해와 당내 부동산 전문가로 꼽힌다.
수년간 국회에 발목을 잡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도 당부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의료와 관광·교육 등 서비스 영역의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푸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프리존법도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별 전략산업을 정하고 관련 규제를 해제하는 내용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들 법안은 기본적으로 더불어민주당도 동의하는 법이지만 청와대의 반대로 논의가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당초 민주당은 일부 ‘독소조항’을 제거한다면 법안 처리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청와대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민주당은 규제프리존법의 경우 대안입법을 준비해 내년 2월 임시국회 이후 재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김 원내대표는 “여권은 이 법안 처리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의료 분야 제외 등 다른 조건도 걸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논란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당시의 문제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했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UAE 방문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 제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방중 정상회담 ‘홀대론’과 관련해서도 “방중 일정이 끝나기 무섭게 중국 군용기가 대한민국 하늘을 침범하고 한국 관광금지 조치도 또다시 시작됐다”며 “홀대를 넘어 하대를 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외교무대에서 낭만적 퍼포먼스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 참사를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주문했다.
또 개헌 움직임과 관련해 민주당을 향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국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민주당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 논의기구인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셔터를 닫고 대통령에게 개헌안 발의를 요청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헌과 함께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선거구제 개편은 고물장수에게 엿 바꿔 먹듯이 가볍게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정국 이후 무너진 보수가 부활하려면 범보수 진영이 대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가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으로 갈라진 현재 지형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지금처럼 이념지형이 급격하게 기울고 보수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을 타개하려면 보수통합이 우선”이라며 “바른정당에 대문을 열겠다고 한 것 역시 보수대통합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야권이 힘을 합치기 위해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에도 전향적으로 나서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전략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지방선거는 새롭게 꾸려진 한국당 지도부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 입장에서는 매우 힘든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며 “벌써부터 선거전략을 논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뼈를 깎는 쇄신과 혁신을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가 제시한 6개 지역 사수에 대해서도 “그만큼 절박한 마음으로 당을 혁신하겠다는 취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원내대표는 앞으로 한국당이 환골탈태해 ‘친서민’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당은 그동안 기득권 정당 이미지인 탓에 서민·노동자·취약계층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며 “이미지 때문에 당이 서민·노동자·농민·취약계층에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려 해도 인정을 받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강조하는 한국당이 나아갈 방향은 시장경제를 존중하면서도 공정한 분배를 소홀히 하지 않는 정당이다.
그는 이어 “시장경제는 존중하면서도 공정한 분배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 곧 신임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서민을 위한 입법과 정책을 내놓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
/류호·권경원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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