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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칼럼] 중국의 대북 영향력 한계와 한국역할론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서경 펠로

中, 제재 가하지만 극단은 반대

북핵 문제서도 美와 균열 양상

韓, 대북정책 방향 분명히 하고

넓은 합의 구조 마련해둬야







북한을 보는 중국의 속내가 복잡하다. 내미는 손마다 북한이 뿌리쳤고 중국도 북한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출로라고 강조하는 6자회담은 10년째 개점휴업 상태고 중국식 절충안도 좀처럼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이에 도발과 제재, 추가도발과 더욱 강력한 제재라는 악순환의 패턴을 반복하면서 한반도는 휴전 이후 가장 불안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지난 11월29일 북한은 74일간의 침묵을 깨고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화성-15호 미사일을 쏘았고 유엔 안보리는 12월23일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에는 북한에 대한 원유·정제유 공급과 북한 해외노동자, 그리고 해상 차단에 이르기까지 보다 강력해진 제재내용을 담고 있다. 더구나 추가 도발할 경우 정유뿐 아니라 유류(petroleum)까지 포함하는 자동개입조항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도 당장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핵 무력을 ‘질적 양적’으로 완성해 확실한 대미 핵 억지력을 확보할 때까지는 자신의 로드맵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이후 핵 군축 협상과 같은 방식으로 북핵 게임의 규칙을 바꾸면서 국면의 주도권을 쥐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거의 5년 만에 제5차 당세포위원장 대회를 열어 내부 단속을 독려하고 ‘자강력 제일주의’를 통해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를 시도하는 한편 공장가동률을 높이면서 과거 ‘고난의 행군’과 같은 상황은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외교적·경제적 고립이 김정은 정권을 대화로 부르기보다는 전쟁의 창을 열 수도 있다.



중국도 딜레마에 빠졌다. 중국은 북한 노동자 본국송환, 대북한 수출을 크게 줄인 데 이어 수입도 통제하면서 국제제재에 동참했으며 북한의 대중국 불신이 높아진 상태에서 의미 있는 고위급 인적교류도 단절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재의 목표는 대화에 있고 대화와 제재는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서도 구멍(loophole)을 만들면서 북한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데는 반대했다. 왜냐하면 김정은 체제의 속성상 제재만으로 북한을 변화시키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번 2397호 결의안 내용에 대해서도 제재가 북한주민의 일상생활, 정상적 경제활동과 협력, 인도적 지원, 북한에 상주한 외교사절단의 활동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밝히면서 ‘전면적이고 균형 있는’ 집행을 강조했다. 과거 ‘전면적이고도 완전한 집행’에서 오히려 한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 북핵 문제 해결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발표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보고서에 중국을 세계질서를 흔드는 수정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힘을 흔드는 라이벌 국가로, 북한에 대해서도 불량정권, 무자비한(ruthless) 독재정권으로 규정했다. 더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도 미국이 움직이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움직여 대북한 영향력을 잃게 되는 우를 범하지 않고자 할 것이고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결을 달리하는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무력감 속에서 오는 2018년 김정은의 신년사를 희망적 예단을 섞어가며 기다리고 있다. 역설적으로 국면의 주도권을 북한이 쥐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대화국면이 열린다고 할 때, 이를 북한의 전통적 기만전술로 보고 압박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 조건 없는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찾을 것인가에 대한 대북정책의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넓은 합의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대화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보 부재는 전쟁 위험을 높이고 대화의 습관화는 두 손을 놓고 있을 때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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