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제 혁신성장동력 13개 분야를 선정해 2022년까지 8조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혁신성장동력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대규모 선행투자로 2025년까지 5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에는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가 시차를 두고 모두 27만4,000개의 일자리(보건산업+드론산업)를 만들겠다고 보고했다. 이뿐이 아니다. 이달 초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5대 신산업 육성을 통해 2022년까지 일자리 30만개 창출을 내걸었다. 23개 부처가 이런 식이라면 작금의 고용대란과 청년취업 한파는 저절로 해결되고도 남을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발 벗고 나서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어떻게 만들지 구체성이 떨어지면 고용대란에 처한 구직자에게 희망고문만 안길뿐이다. 일자리만큼 민감한 것도 없는 마당인데 정부가 장밋빛 일자리 전망을 내놓는 것은 예비 취업자를 두 번 울리는 것밖에는 안 된다. 고용시장의 인적자원 수급도 왜곡될 우려가 크다. 부처 간 중복산정에다 간접고용과 자연 증가분까지 끼워 넣어 일자리를 뻥튀기하는 관행이야말로 공직사회와 정책 불신을 초래하는 적폐가 아닌가. 박근혜 정부 1년차에 각 부처가 업무보고를 통해 만들겠다는 일자리가 줄잡아 300만개에 육박했다. 지금쯤이면 구인난에 태평성대를 구가해야 마땅한데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일자리 고통은 뭐란 말인가. 사후 검증이 어렵다고 해서, 혹은 정책홍보에 눈이 멀어 경쟁하듯 일자리 부풀리기에 매달리는 것은 올바른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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