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프랑스 뱅시공항은 일본·칠레 등 세계 33개 공항의 운영권을 사들여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액만도 8,867억원에 달할 정도다.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러시아·인도·브라질 등 해외 8개 공항, 독일 최대 공항운영사인 프라포트 역시 30여개 공항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공항은 명함조차 못 내밀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공기업이 500억원 이상 자기자본을 투자할 때 예비타당성조사를 의무화한 규정 탓이 크다.
수주전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타당성조사에만 최소 2개월이 걸리니 경쟁이 되겠는가. 이 때문에 국내 공항들은 입찰을 포기하거나 500억원 미만만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인천공항은 2014년 터키 이스탄불 신공항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현지 컨소시엄으로부터 운영사 합류를 요청받았지만 예비타당성조사에 막혀 포기해야 했다. 3,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요구해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좋은 사업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니 안타깝다.
공항공사는 아예 500억원 미만 사업만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이런 구조로는 사업에 참여하더라도 우리 기업들이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제도라도 부작용이 심각하다면 개선하는 게 당연하다. 특히 예비타당성조사처럼 획일적인 잣대 때문에 해외 사업 기회를 놓친다면 더욱 그렇다. 재무구조나 사업역량 등을 감안해 탄력 적용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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