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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김태리 "영화 '1987'은 두려움 이기고 양심 지킨 이들을 위한 기록"

■김윤석

惡 강할수록 반대편이 빛 발해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대사

어떻게 표현할까 수없이 고민

■김태리

평범한 스무살 보여주려 노력

연희가 수많은 군중 마주할 때

관객들은 어떤 느낌 들지 궁금

배우 김윤석




배우 김태리


화염병, 보도지침, 3S정책은 전두환 정권이 만들어낸 1980년대 분위기 그 자체다. 보도지침을 통해 언론을 통제하고, 정치 대신 영화(Screen), 스포츠(Sport), 성(Sex)으로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 했지만, 오히려 이런 억압된 분위기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더욱 키우고 대학생들이 화염병을 들고 광장으로 나오는 이유가 됐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1987’은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에서 사회 전반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대표 기관인 대공수사처의 박 처장 역을 맡은 김윤석과 그가 만든 분위기에 순종하지만 이것이 잘못됐음을 자각하는 새내기 대학생 연희 역을 맡은 김태리를 최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각각 만났다.

두 사람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6월 민주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기의 위치에서 용기를 내고 양심을 지켰는지에 대한 기록과 같은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윤석은 “영화는 안타고니스트를 가운데 두고 이에 대항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결하면서 주제를 관통하는 연출 방식이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김윤석과 김태리는 영화에서는 한 번도 대면하지 않는 인물이지만 두 사람은 시대의 어둠과 스스로 계몽하고 자각하게 되는 빛을 각각 상징한다. 김윤석은 그동안 ‘타짜’ ‘황해’ ‘화이 - 괴물을 삼킴 아이’ 등 수 많은 작품에서 악역을 연기했음에도 이번 작품의 박 처장은 실존인물이었기에 부담감이 상당했다고 돌아봤다. “캐릭터가 있는 패셔너블한 악역이 아닌 ‘시대의 악’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악당이 강력할수록 반대편에 있는 이들이 빛이 나지요. 유가족에게도 제가 가장 강력한 악역을 맡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김태리가 연기한 연희는 ‘아무리 대항해봤자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체제에 순응하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영화에서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그의 그러한 캐릭터가 이미지로 표현된 단적인 예다. 이에 대해 김태리는 “연희는 가장 보통 사람을 대변하는 캐릭터”라며 “방에 붙은 브로마이드를 비롯해 음악을 듣는 장면 등 일상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살려 당시의 평범한 스무 살 여대생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악역의 달인’인 김윤석이라지만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대사는 정말 수많은 고민이 필요했다고 털어놓았다. “리허설할 때도 촬영 현장에서도 이 대사 때문에 많이 웃었어요. 30년이 지나서도 기가 차는 웃기는 말이죠. ‘탁 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라는 대사를 할 때 ‘맞지?’라고 동의를 구하면서도 그것이 거짓말임을 들킨 부분이라서 연기하기 까다로웠죠.”

박종철 시신 부검을 밀어붙인 최 검사, 박종철 사망 당시 현장에 있던 의사, 쇼크사가 아닌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라는 부검 결과를 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의, 교도소 교도관 등 수 많은 사람들의 진실 규명을 위한 양심적 행동이 결실을 이루고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분출되는 엔딩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이를 장식하는 건 연희다. 김태리는 이 장면에 대해 “연희가 광장으로 뛰어 나갈 때 심정을 생각했는데 ‘알 수 없음’이었던 것 같다. 진짜 용기와 목적을 갖고 달려나간 것이 아니라 슬픔과 분노 죄책감으로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까 몸이 움직여지는 걸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희는 수없이 몰려든 군중을 바라보며 천지가 개벽한 듯 새 세상이 온 것 같은 알 수 없는 느낌을 받았는데, 연희가 수많은 군중과 마주할 때 과연 관객들은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하다”며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CJ E&M(130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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