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기업들의 무역분쟁 제소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편승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상무부의 자료를 분석해 올 한해 개시된 무역분쟁 건수가 23건, 대상국은 29개국으로 모두 지난 2001년 이래 최대치로 집계됐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덤핑, 불법 보조금 수령 등 해외 기업의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으면 기업들이 국제무역위원회(ITC)·상무부 등 관련 정부기관에 제소하는 사례가 일반적이어서 대부분의 분쟁은 미 기업이 신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새로 시작된 조사 건수도 지난해보다 65% 늘어난 79건에 달해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무역분쟁 건수 증가는 백악관이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역할을 재정의하면서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자국 기업의 해외 공장 설립 등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으며 주요 국제통상 무대에서도 번번이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국 본토 내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아왔다. 이와 관련해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어느 행정부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미국 기업에 전달한 바 있다”며 “기업들도 우리가 불공정한 무역관행에 맞서 미국 근로자들 편에서 함께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기업들의 주장을 인용하는 추세다. 미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LG전자를 상대로 한 세이프가드 청원에 대해 10월 ITC는 만장일치로 자국산업 피해 판정을 내렸다. 미국 항공업체 보잉이 캐나다 봉바르디에를 상대로 제소한 불법 보조금 수령 혐의에 대해서도 ITC는 9월 인용 결정을 내리고 신형 C시리즈 제트기에 220%의 상계관세를 물릴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차드 바운 전 미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위원은 “2017년 무역분쟁 통계에서 드러난 사실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보호 조치를 내릴 것’이라는 생각이 미 기업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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