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백악관을 떠난 후 첫 공식 인터뷰에서 “리더라면 소셜미디어의 무책임한 사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임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 정치’에 전력하면서 전임자 정책 지우기에 열중하는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7일 영국 왕위계승 서열 5위인 해리 왕자가 객원 진행자로 참여한 영국 BBC 라디오4의 아침 프로그램에서 “특히 권력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메시지를 포스팅할 때 조심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소셜미디어 사용이 사회를 망가뜨리고 사람들을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올 9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상이군인 올림픽 ‘인빅터스 게임’ 당시 이뤄졌으나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이날 전파를 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인터넷의 위험성 중 하나는 사람들을 전적으로 다른 현실에서 살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라며 “온라인에서 그치지 말고 오프라인으로 옮겨와 다양한 견해와 관점을 촉진하고 공동의 기반을 재창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전임자에 대한 비방을 이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정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해석했다.
그는 재임 당시 가장 큰 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무효화 수순을 밟고 있는 전 국민 의료보험인 ‘오바마케어’를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했던 기후변화협약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내 소임은 아니지만 기후변화로 촉발된 자연재해와 허리케인을 더 이상 보지 않도록 ‘다음 20년’에 포커스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글로벌 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하고 부유하며 더 좋은 시간이 오도록 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 각국의 앞날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경계했다.
백악관을 떠난 소회에 대해서는 “삶이 느린 움직임으로 바뀌었지만 전적으로 나 자신만을 위한 결정을 내리며 긴 아침 식사를 즐기는 등 놀라운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그리운 부분으로는 백악관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스태프들을 꼽았다. 또 아내 미셸 여사에 대해 “천성적으로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기에 역할을 누구보다 훌륭히 감당하며 지지가 돼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객원 진행자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인터뷰한 해리 왕자는 “인터뷰 경험이 많지 않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담을 나눌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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