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 없이 달리는 택시’로 알려진 국내 1호 한국택시협동조합이 조합 내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박계동(65) 초대 이사장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박 이사장을 비롯한 협동조합 임원진 14명을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일부 조합원은 임원진이 조합 설립 당시 부실업체를 인수해 36억원의 빚을 지고 조합원들에게 조합비 운영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들을 형사 고소했다.
노란색 ‘쿱(COOP) 택시’로 알려진 택시협동조합은 하루 최대 17만~20만원씩 수익을 가져가는 기존 택시회사와 달리 수익 전액을 기사들에게 배당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조합원인 기사들이 일반 택시회사보다 매월 100만원가량 더 받고 주말 휴일을 보장받을 수 있어 바람직한 모델로 꼽히기도 했다. 조합원들이 각자 2,500만원씩 출자하면 조합이 전액을 관리하고 매달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다. 연말 감사결과와 결산보고서는 조합원 전원에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은 박 이사장과 임원진이 지난 2015년 7월부터 이달까지 조합비 운영 내역과 감사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을 경찰에 고소한 조합 관계자는 “감사결과를 알려달라고 건의할 때마다 ‘모른다’는 답만 들었고 감사결과도 한 장짜리 종이가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또 임원진이 설립 당시 택시회사 ‘서기운수’를 인수하면서 36억원의 부채를 떠안은 점도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택시협동조합 측은 “총회 때마다 조합원들의 대표격인 대의원 17명에게 결산보고를 했고 평소에도 조합원이 원하면 기록을 볼 수 있다”며 “서기운수도 당시에 인수하지 않았으면 사업을 시작하지도 못했다”고 반박했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형사 고소에 대해 “조합 경영방식이 곧 개인 배당과 연결되다 보니 지도부 자리를 노리고 알력다툼을 벌이는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협동조합 내 조합원 갈등은 ‘협동조합 열풍’이 불었던 2013년부터 상당수 조합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조합원 출자금으로 조합이 운영되다 보니 재정상태와 자금운영·투자방식에 관해 조합원과 지도부 간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동준 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는 “성공한 협동조합을 보면 조합원 간 소통과 갈등관리에 상당한 투자를 한다”며 “회의 참여, 정보공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 등 가능한 수단을 통해 조합원들 간 소통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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