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어 사용하는 서울시 학교시설. 누구나 함께 좋은 시설을 나누어 쓰는 편리한 시스템입니다.’
서울시교육청 학교시설 사용 유무선 예약 시스템 (https://crs.sen.go.kr)에 들어가 보면 첫 페이지에 이 같은 글이 담긴 사진이 나온다.
하지만 자유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전혀 다른 목소리들이 등장한다.
‘너무 답답합니다’라는 별칭의 한 사용자는 ‘도대체 어느 곳도 예약이 안 되는 이유가 뭐지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체육관 임대하려고 수십 곳의 체육관에 전화도 해보고 (시스템에) 등록도 해보지만… 너무 하네요”라며 “이 시스템이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예약하고 싶다’는 별칭의 사용자는 ‘누가 예약을 몇백일 해놓고 매년 승인. 그럼 처음부터 예약을 받지 말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실내체육관을 예약해 동호인들끼리 농구를 하려고 찾아보니 누군가 매번 같은 이름으로 몇백일 혹은 몇십일을 예약해놓은 상황”이라며 “안 봐도 무슨 의미이며 어떤 상황인지 뻔히 보이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학교시설물 독과점과 브로커 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서울시교육청의 ‘학교시설 사용 유무선 예약 시스템’이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학교시설 사용 유무선 예약 시스템은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3년 전국 교육청 중 처음으로 선보인 공립 초·중·고등학교 시설물 온라인 예약 공간. 개인 이용자의 대관 어려움에 최근 브로커 문제까지 겹치면서 원인으로 지목된 시설물 독점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학교 시설물의 경우 대관 정보가 여러 곳에 나뉘어 있고 학교장 재량으로 개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원하는 학교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했지만 예약 시스템이 출범하면서 예약정보와 서비스를 한데 모아 번거로움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예약 시스템이 운영된 지 4년이 지난 현재도 예약은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학교시설 사용 유무선 예약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한 학교는 사립학교를 제외한 서울시내 공립학교로 한정됐고 이 중 대부분이 예약조차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에 등록된 학교는 서울시내 전체 초·중·고교 1,297개 중 공립학교에 해당하는 949개교로 전체 73.1%에 달한다. 이 중 체육관을 외부에 개방한 학교 수는 전체 62.5%인 811개교로 전체 학교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 온라인 시스템을 통한 예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개방 학교 체육관으로 홈페이지에 등록됐더라도 예약자명이 적혀 있지 않고 이유 없이 ‘예약불가’ 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학교는 1년 이상 특정인이 예약을 마친 상황이라 개인이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할 틈이 존재하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예약 가능 시기도 정확히 명시되지 않아 예약 접수일을 맞추기도 어려웠다.
홈페이지가 개별 학교의 예약 상황을 통합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맹점이다. 학교 행정실을 통해 유선상으로 예약한 내용이 홈페이지에 공유되지 않아 이유 없이 예약 대기를 하거나 애초에 학교 측이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온라인 예약을 ‘예약불가’로 막아둔 채 오프라인 장기 예약을 우선순위로 받는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각 행정실을 통해 유선으로 개별 연락 접수를 한 경우 오프라인 예약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조례에 따라 학교장 재량 사항이기 때문에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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