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단독 면담해 아랍에미리트(UAE)와 관련한 건의를 받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28일 KBS는 최 회장이 면담을 요청해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최 회장은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아랍에미리트 측이 SK 계열사들과 체결한 원유 채굴권 등 2조원대 사업을 일방적으로 백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문 대통령에게 정부의 지원을 건의했다. 아랍에미리트와 사업을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 상황에 대해 청와대 측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아랍에미리트와 체결했던 각종 사업과 국방협력 등을 현 정부가 조정하려는 과정에서 이 같은 상황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아랍에미리트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내 기업들에 대한 보복으로 비화됐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우리 정부와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2011년 아크 부대 파병 이후 5년간 무기수출이 1조2,000억원대까지 급증하는 등 협력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자 문 대통령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난 9일 특사로 급파했고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와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 등을 만나 상황을 봉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1월 초 경제를 총괄하는 칼둔 행정청장이 방한할 예정인 가운데 방한 기간 문 대통령을 예방하는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와 계약을 체결한 주요 기업 총수들과도 만나게 되면 갈등 사태는 정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은 기업 대표나 오너 누구와도 독대한 사실이 없다”며 “아울러 이전 정부에서 UAE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임 실장의 UAE 방문 목적은 양국 간 포괄적 우호 증진을 위한 것이었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해명했다. SK그룹 역시 최 회장이 문 대통령과 독대하고 아랍에미리트에서 진행 중인 사업과 관련한 건의를 전달했다는 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이 임 실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에 대해 공세를 높이는 상황에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돼 야당의 공세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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