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 만이다. 2007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프’)에서 훈훈한 외모에 쾌활한 매력의 진하림 역으로 많은 여심을 사로잡았던 김동욱이다. 2009년 ‘국가대표’의 성공으로 인기를 잇다가 한동안 잠잠했다.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연기는 쉼 없이 했다. 한참 후인 2012년 영화 ‘후궁 : 제왕의 첩’, 2014년 드라마 ‘하녀들’로 화제를 끌긴 했지만 ‘커프’ 때만큼 폭발적이진 못했다.
아무래도 김용화 감독과 궁합이 좋은가 보다. ‘국가대표’에 이어 ‘신과함께’에서 김동욱의 연기와 매력이 가장 부각돼 보인다. 이번 ‘신과함께’에서는 언론의 극찬으로 예정에 없던 인터뷰까지 새롭게 잡혔으며, 관객 반응 또한 극찬의 연속이다.
‘신과함께’는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 중 김동욱은 정의로운 망자 자홍(차태현)의 동생이자 군대에서 의문사를 당한 수홍으로 분했다. 1부 중 이승 이야기에서 극의 중심에 서는 인물이다.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동욱은 “다음 주까지 무대인사가 남아있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시고 좌석도 메워주셔서 좋다. 앞으로의 무대인사도 되게 설렌다. 기분 좋다”고 말했다. 촬영 당시 이 같은 호평을 받을 줄 알았는지 묻자 “1도(하나도) 예상 못했다”며 웃음 지었다.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시고 행복한 건 사실이다. 그렇게 보여줄 수 있었던 건 (차)태현이 형 힘이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쭉 드라마를 고군분투하면서 끌어주셨다. 아마 내가 클라이맥스 신에 등장해서 많은 분들이 임팩트 있게 기억해주신 것 같다. 자칫 나의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태현이 형이 감동스럽게 잘 채워주셨다.”
수홍은 제대를 2주 앞두고 총기 오발 사고로 죽음에 처한다. 억울한 죽음 탓에 원귀가 돼 이승을 어지럽히고 저승까지 쑥대밭으로 만든다. 김동욱은 살아있는 인간으로서의 수홍과 원귀의 모습에서 완전히 상반된 비주얼을 보인다. 갈라진 흙더미가 몸에 붙은 원귀의 형상은 기괴하고 공포스럽다. “원귀의 모습은 100% CG였다. 덱스터에 너무 감사드린다. 실물보다 훨씬 남성적이고 카리스마 있었다.(웃음)”
‘신과함께’를 본 관객들이 김동욱을 향해 가장 많이 붙이는 표현은 ‘히든카드’다. 의외의 발견이자 의외의 ‘하드캐리’를 했다는 의미다. 김동욱은 이에 대해 “내가 히든카드라는 생각은 안 해봤다. 클라이맥스에 수홍이가 등장하는데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2부에서는 (하)정우형이랑 같이 저승에서 재판 받으며 이야기를 만드는 큰 비중이다. 그래서 부담됐던 것도 사실이다. 책임감도 컸다”고 털어놨다.
김동욱은 김용화 감독 작품에서 유독 빛을 발한다. ‘국가대표’ 때는 최흥철 역으로 제12회 디렉터스 컷 시상식 ‘올해의 신인 연기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이번 ‘신과함께’에서는 이야기의 핵심 키를 쥐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에서 사건의 갈등을 일으킨다. ‘신과함께’ 출연과정으로 김용화 감독의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에 출연을 결정한 일화는, 그가 감독을 얼마나 믿고 따르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다시 생각해도 감독님께 감사한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잘 해서 연기로 보답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1부에서의 관객 반응은, 감독님이 제게 가지는 믿음과 기회에 부응하는 것 같아서 안도감이 들더라. 저희가 같이 있을 때는 민망해서 직접적인 덕담을 잘 못한다. 감독님께서 현장에서는 장난스럽게 표현하다가 문자로 응원해주시는데, ‘늘 변치 말고 겸손하게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해주신다. 나도 그 말을 잊지 않고 가려 한다.”
김동욱은 원귀의 압도적인 비주얼뿐만 아니라 분노와 연민을 오가는 탁월한 감정 연기로 영화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이번 작품에서 눈물을 가장 많이 자아냈다. “웃는 연기, 우는 연기 모두 아주 힘들다. 조금만 관객들에게 공감이 되지 않으면 그 전에 쌓아온 드라마가 이입되지 않고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번 연기도 정말 힘들었다. 다행히 많은 분들께서 수홍의 눈물과 감정에 공감을 해주셨다. 즐겁고 행복하다는 감정과 슬픈 감정은 정말 스스로 느끼지 않으면 어색해 보일 수 있다. 결국 그걸 보는 사람도 공감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런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 배우로서는 굉장히 큰 희열이었다.”
하정우와는 ‘국가대표’ 이후로 두 번째 호흡이다. 하정우는 ‘신과함께’에서 망자의 환생을 책임지는 삼차사의 리더이자 변호사 강림 역을 맡아 자홍과 원귀의 얽힌 관계를 풀고 이해하도록 고군분투한다. “‘국가대표’처럼 얽히고설키는 관계는 계속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런 게 비단 전작에서의 반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작에서 형과 같이 하면서 굉장히 많이 의지했다. 좋은 기억을 안고 이번 작품에서도 정우 형과 함께 한 축을 담당한 게 굉장히 의지가 많이 됐다. 시작 전부터도 ‘하정우’라는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연기한 것 같다.”
하정우와 어느덧 8년 만의 만남이다. 김동욱은 그 동안 가장 크게 변한 것으로 ‘국가대표’ 때의 하정우보다 지금의 자신이 더 나이를 먹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어느덧 세월이 흘러서 내 나이가 그 이상이 됐다. 정우 형도 쉬지 않고 달려오신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관계에 있어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형님께서는 더 많은 흥행작들을 쌓아오셨고 나 역시 열심히 연기해오면서 다시 만날 날을 학수고대해 왔다. 즐겁고 든든하다”고 애틋함을 보였다.
‘신과함께’는 제작 단계에서 주호민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찍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출연진으로는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마동석, 도경수(엑소 디오), 오달수, 임원희, 장광, 정해균, 김수안, 이준혁, 예수정에 특별출연으로 이정재, 김해숙, 이경영, 김하늘, 유준상이 함께해 화려한 멀티캐스팅을 자랑한다.
총 2편으로 제작되는 ‘신과함께’는 편당 200억으로 총 제작비 400억 원에 달하는 ‘역대급 대작’이다. 국내 영화로는 처음으로 1, 2편이 동시에 제작됐으며, 10개월의 촬영기간을 거쳐 영화 탄생까지 장장 6년이 걸렸다. CG를 기반으로 VFX기술을 도입한 판타지 비주얼도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하다. 김동욱으로서도 역대 필모그래피 중 가장 큰 규모의 작품에 도전하는 것.
“부담과 책임감이 컸던 건 사실이다. ‘국가대표’라는 작품이 2009년 당시에 큰 작품이었는데, 그 때도 큰 역할이었다. 그 때보다 더 나이가 흐르고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걱정되고 부담됐다. 나이를 먹고 책임감이 생기다보니 그런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판타지 장르로써 많은 분들의 관심,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같이 연기하다보니 그 어떤 작품보다 부담이 컸다. 연기는 하면서도 잘 모르겠는 순간이 많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쌓인 노하우로 쉽게 접근해서 해결해 나가는 효과적인 신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는 순간으로 장면들이 나올 때가 있다. ‘현몽신’은 그동안의 어떤 경험과 노하우도 적용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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