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5) 양의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친부 고모(36)씨는 실종신고를 한 이후 줄곧 거짓 연기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내연녀 이모(35·여) 씨와 경찰을 찾아 ‘제발 딸을 찾아달라’며 울먹였고 직장 동료에게는 실종 전단지를 나눠주기도 했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31일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씨가 지난 8일 집 근처 지구대를 찾아 “우리 딸이 지난달 18일부터 사라졌다. 꼭 좀 찾아달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친부 고씨는 지구대에서 침통한 표정을 드러냈으며 내연녀 이씨 또한 준희 양과 각별한 사이인 것처럼 실종 경위를 설명했다. 고씨는 ‘딸이 없으면 못 산다’며 소리를 지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15일 경찰이 실종 경보 발령을 내린 다음에도 거짓으로 일관했다. 친부 고씨는 자신이 다니는 완주 한 공장 직원들에게 “딸을 잃어버렸다. 비슷한 애를 보면 말해달라”며 실종 전단지를 나눠 주기도 했다.
경찰 수사가 가족을 향할 때도 고씨와 이씨는 태연함을 유지했다. 고씨는 ‘실종 신고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경찰 추궁에 “딸을 잃은 내가 피해자냐. 아니면 피의자냐”면서 “이런 식으로 대하면 협조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씨 또한 “왜 이런 식으로 수사하느냐. 그런 건 물어보지 말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경찰이 준희양 실종 경위를 파악을 위해 가족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와 최면수사를 요구하자 이들은 ‘그런 조사는 안 받겠다’며 거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2일 경찰이 자택과 차량 등을 압수 수색을 할 때도 고씨는 별다른 동요나 죄책감 없이 이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친부와 내연녀로 인해 수색 인력에 3,000여명을 투입하는 등 인력과 시간을 허비했다. 사건을 전담한 경찰관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는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경우가 보통인데 고씨는 실종 경위를 물을 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준희 양 병원 진료기록이 너무 없다’ 등 불리한 질문을 하면 되레 화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전날 준희 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친부 고씨와 이씨의 어머니 김모(61·여) 씨에게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고씨와 함께 준희 양 시신 유기를 공모한 혐의로 내연녀 이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 구속여부는 이날 오후 3시 전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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