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정권이 한반도에 군사 충돌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자위대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에 착수했다고 교도통신이 31일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는 지난 21일 아베 총리와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장, 가와노 가쓰토시 통합 막료장(합참의장격) 등이 참가한 NSC 회의에서 정해졌다. 시뮬레이션은 안보정책의 사령탑인 NSC가 주도해 안보관련법에 따라 충돌 수위별로 미군과의 연대 방안, 자위대의 구체적인 대응 방안 등을 검토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군에 의한 북한 선제공격, 북한군의 한국 침공, 북한과 한국군의 우발적 충돌, 북한 미사일의 일본 낙하 등을 충돌 수위별 시뮬레이션 항목으로 상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NSC 회의에서는 한반도 유사시에 주일미군 이외에 얼마나 많은 미군 부대가 지원에 나설지에 대한 논의는 물론 북한이 화학무기를 탄도미사일 탄두에 장착해 일본을 향해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관련법에는 일본의 안보에 영향을 주는 사태를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이들 3단계는 방치할 경우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공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중요영향사태’,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른 나라에 무력공격이 발생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명백한 위험이 있는 ‘존립위기사태’,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는 ‘무력공격사태’ 등으로 구분된다.
중요영향사태 때는 자위대가 지리적 제한 없이 미군을 후방지원할 수 있다. 존립위기사태의 경우 자위대 호위함을 동원한 미군 함정 보호 등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집단자위권은 일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타국이 공격을 당했을 경우 일본이 공격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간주해 대신 반격할 수 있는 권한이다. 무력공격사태에는 자위권 행사, 즉 무력을 통한 반격이 가능하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내년에 방위력 정비의 지침인 ‘방위계획 대강(大鋼)’을 재검토한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향후 방위계획 대강 재검토 과정에서 어떤 군 장비를 도입해야 하는지를 검토할 때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방위계획 대강 재검토 과정에서는 또 장거리 순항미사일, 항공모함 등 적 기지 공격능력을 갖춘 장비 도입을 어느 정도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