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대한제국 국권을 침탈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국가 경제에 대한 확실한 장악이었다. ‘조선은행’ 건물이 서울 중구 남대문로3가 한복판에 덩그렇게 지어진 이유다. 경술국치에서 겨우 2년이 지난 1912년에 벌써 완공됐다. 일제강점기의 대표적 건물들, 즉 1914년 조선철도호텔(현 조선호텔), 1925년 경성역사(현 문화역서울284), 1926년 조선총독부청사(철거) 등을 훨씬 앞서는 것이다. 건물 외벽은 화강암을 일일이 정으로 쪼아 만들었다고 하는데 사진처럼 지금 모습도 웅장한데 신축 당시에 한국인들에게 준 위압감은 대단했을 듯하다. 해방 후 한국은행 본점이 계속 눌러앉아 있다가 1989년 복원공사를 마치고 현재는 화폐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구조는 지하1층, 지상3층으로 양쪽 끝에 돔이 얹혀진 원형의 탑이 특징적이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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