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새해는 한반도의 운명을 가름하는 큰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위기로 치닫는 북핵 문제가 결정적인 고비를 맞고 10년의 경기침체도 반전의 계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위기는 향후 몇 개월이 관건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무모함으로 빚어지는 긴장과 갈등은 상당기간 한국을 짓누르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2018년 글로벌 경제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7%의 높은 성장률과 함께 오는 2019년에도 3.6%의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양적완화가 본격적으로 경기회복을 이끌고 세계 교역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권은 3%,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은 7%에 육박하는 성장으로 세계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물론 보호무역과 지정학적 위험이 상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로 오랜만에 세계 경제가 큰 호황을 맞게 된 셈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여전히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새해에도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의 회복세에 동승하지 못하는 디커플링 현상을 지속할 것 같다. 그나마 3% 성장도 반도체와 화학 등 고용 효과가 낮은 일부 산업이 주도하고 있어 양극화와 청년실업은 크게 해소되지 못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의 금리 역전 현상이 확대돼 정책선택의 딜레마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와 경기에 부담이 되거나 아니면 자본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해 문재인 정부 2년 차를 맞는 한국 경제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세계 경제의 상승세에 동승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기존 정책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함께 목표달성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가 역설하듯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면 무엇보다 먼저 지속 가능한 고용 확대 전략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특히 노동 친화적인 포용정책의 외연(外延)을 확대해 이제는 기업 친화적인 전략도 적극 개발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과 공공 부문의 고용 확대는 일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자생적인 고용창출의 생태계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다. 비정규직과 최저임금, 기업 규제정책 등 주요 경제정책도 민간 부문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의지와는 반대로 고용을 축소하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민간 부문에서 스스로 경제적 유인을 좇아 투자와 고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전략을 보완해야 한다.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는 이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먼저 민간 부문에서 부(富)가 창출돼야 분배도 가능하고 고용도 증가한다. 양극화와 분배의 왜곡은 반드시 개선돼야 하지만 투자와 고용창출의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정책은 오히려 정반대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는 지금 국가와 도시 간에도 기업 간 경쟁 못지않게 치열한 투자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왜 법인세를 35%에서 21%로 과감하게 인하하겠는가. 대기업의 횡포와 불공정거래는 엄격하게 다스려져야 하지만 유독 한국에만 존재하는 규제는 글로벌 규범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지 중요한 정책이 전문가 집단의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깜짝 발표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여론에 의존하는 공론화는 포퓰리즘에 영합하기 쉽고 이념 편향적인 정책은 전문성과 합리성을 압도해 교과서적인 부작용조차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정책을 기호지세(騎虎之勢)로 밀고 나가면 그 부작용은 모두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지 않은가. 따라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이념이 서로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포용적 협력이 필요하다.
새해에는 정부가 노동 친화적 이념을 바탕으로 약자인 소외계층을 적극 보호하고 동시에 기업가정신도 함께 고취하는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노동계와 기업의 소모적인 갈등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그보다 더 큰 업적이 어디 있겠는가. 리더십의 진가는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집단을 포용해 상생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때 발휘될 수 있다.
정갑영 연세대 명예특임 교수·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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