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경기가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이른다. 올해는 2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반도체 분야가 2~3년 내 중국발 불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서울경제신문 신년 설문조사 결과와 같은 맥락이다.
11월에는 모건스탠리가 “D램, 낸드플래시 사업이 공급 증가로 정점에 다다랐다”는 보고서를 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막바지에 달했으며 올해부터 공급과잉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통상압박이 반도체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10월 말 삼성전자가 미국 기업의 반도체 관련 특허를 침해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여기에 원화 강세, 고금리, 유가 상승 등 ‘신(新) 3고 현상’에 따라 앞으로의 수출여건도 안갯속이다.
무역 1조달러 회복이나 반도체 수출 사상 최대라는 숫자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내외에서 들려오는 반도체발 경제위기를 흘려듣지 말고 대응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들이 ‘반도체 이후’의 신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규제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대기업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액공제 축소 등 투자를 위축시키는 정책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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