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1월14일 전 세계가 밤새 들썩였다. 68년 만에 가장 크고 밝은 슈퍼문이 떴기 때문이다.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신전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정거장,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 등 그림이 될 만한 장소는 밝게 빛나는 슈퍼문을 관측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슈퍼문은 지구와의 거리가 35만6,511㎞까지 근접하면서 1948년(35만6,462㎞) 다음으로 지구에 가까이 다가온 달로 기록됐다. 이렇게 지구에 바짝 접근한 달은 일반 보름달보다 14% 정도 더 크게 보이고 30%가량 더 밝기 때문에 슈퍼문이라고 부른다.
달이 바짝 접근하면 당연히 지구에 영향을 준다. 평소보다 큰 인력이 발생해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지고 해수면도 상승한다. 때로는 슈퍼문이 뜨는 시기에 자연재해가 일어나기도 한다. 실제로 2016년 11월14일 뉴질랜드에서는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규모 5.5 이상의 지진 12번 가운데 9번이 보름달 뜨는 시기와 일치했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서양에는 보름달이 생물의 광기를 발동시킨다는 미신이 퍼져있다. 2010년 개봉된 ‘울프맨’처럼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신하는 인간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끊이지 않는 바탕에는 이 같은 정서가 깔려있다. 영어에서 미치광이를 뜻하는 ‘Lunatic’이라는 단어가 달(Luna)에서 유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과학계에서는 ‘슈퍼문 재앙설’을 일축한다. 미국 지질조사국도 “지진은 수백년 동안 쌓인 지구 에너지가 분출되는 것일 뿐 슈퍼문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서양과는 반대로 동양에서는 보름달을 복된 징조로 여긴다. 한국과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음력 1월15일을 정월 대보름이라 해 달을 보며 소원을 빌기도 하고 추석인 8월15일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의 날로 삼는다. 2018년 새해 첫날부터 슈퍼문이 떠올랐다. 특히 올 1월에는 오는 31일 또 하나의 슈퍼문인 ‘블루 슈퍼문’까지 뜰 것이라고 한다. 한 달에 두 번씩이나 슈퍼문이 뜨는 흔치 않은 기회를 맞아 한반도 평화와 안녕을 빌어본다. /오철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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