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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올 대학 새내기 되는 청각장애인 5명 "手話로 건청인 친구에게 우리들 세상 알릴래요"

하루 10장씩 배운 내용 적고

화장실 불빛으로 공부하기도

남들 2~3배 노력하며 장애 극복

"건청인 친구 만날 생각에 설레

교내 동아리 들어가 글도 쓰고파"

지난해 12월29일 서울농학교에 모인 청각장애인 대학 예비 신입생들이 입시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두 손가락은 머리 뒤로 왕관을 그린다. 오른손을 ‘ㄱ’자 모양으로 구부려 턱에 댄 뒤 두 손을 맞잡고 흔든다. “대학” “기대돼요.”

지난 1일 서울농학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대학 예비 신입생들은 저마다 꿈에 부푼 표정으로 말했다.

이들 다섯 명의 학생은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청각장애인 수험생이다. 올해 무사히 입시를 통과해 대학에 전원 합격했다. 조영균(20)군과 전준희(19)군은 나사렛대 수화통역학과에 합격했고 박애경(19)양과 강유미(19)양은 각각 한국복지대 유니버셜건축학과와 귀금속공예학과에, 이시진(19)양은 아주대 사회학과에 합격했다. 건청인(청각장애가 없는 사람) 동기들과 친해질 생각에 학생들은 벌써 설레는 눈치다. 수화통역사가 꿈인 준희군과 영균군은 “건청인 친구들에게 수화를 알려주고 함께 여러 활동도 하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시진양은 “교내 기자동아리에 들어가 글을 쓰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멋지게 합격 트로피를 거머쥐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이어서 더 두려웠다. 일반 수험생들은 선후배들의 노하우와 장기간 축적된 입시 전략을 전수받았지만 장애인 입시에는 정보 자체가 적었다. 모의고사 횟수도 일반 고등학교에 비해 현저히 적었고 다수의 대학은 장애인 대상 지원항목을 기재하지 않았다. 유미양은 “수시 원서접수까지 다 한 대학에서 뒤늦게 ‘시험 칠 때 속기사와 수화통역사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연락이 와 지원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도 남들보다 2~3배 노력해야 했다. 청각장애 학생은 활자와 수화를 통해서만 언어를 배우기 때문에 어려운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 영균군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머리에 새기기 위해 하루에 열 장씩 수업 내용을 적고 또 적었다. 옆자리 남학생들의 무시하는 태도에도 꾸준히 독서실 출석 도장을 찍었다. 시진양은 새벽마다 몰래 책을 싸들고 기숙사 화장실에 숨어 공부했다. 한쪽 팔에는 질문을 모아둔 공책과 누더기가 된 교과서를 항상 끼고 다녔다. 모두 일반 수험생 못지 않은 노력으로 값진 열매를 맺었다.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지원군도 나타났다. 유미양은 장애인 입시생 정보공유 인터넷 커뮤니티인 ‘세라카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청각·시각·지체 등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수험생들이 서로 입시 정보를 공유하고 예상 논술 답변을 봐 줬다. 애경양과 준희군은 1주일에 한 번씩 서울청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 소속 복지사들과 수화통역사를 만나 면접 요령과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배웠다. 선생님들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입시요강을 분석했고 가족들은 맨발로 뛰며 각종 입시 정보를 알아봤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대학 합격 소식은 스스로 ‘해냈다’는 증표이자 주변인들의 땀이 어린 결실이다. ‘대학에 가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영균군은 곰곰이 생각하다 양손을 맞잡은 뒤 두 검지를 가운데로 모았다. “건청인 친구를 만들고 싶어요. 그 친구들에게 우리 농인들이 사는 세상이 있다고, 우리가 쓰는 말은 이런 거라고 꼭 알려주고 싶어요.”

/글·사진=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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