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중국과 러시아에 손을 내밀며 무역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기존 주요 교역국에서 벗어나 러시아를 거쳐 중국에 이르는 새로운 무역 활로를 뚫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지난해 12월 모스크바를 방문해 “우리는 매우 배타적인 대서양 연안국들 간의 관계에서 벗어나 교역 상대 재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르메르 장관은 프랑스가 모스크바를 거쳐 베이징으로 향하는 ‘무역의 중추’를 건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달 중국을 처음 방문하고 오는 5월에는 러시아에서 열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금융회의(IFC)에 참석할 예정이다.
■새 무역 활로 찾는 이유
美 보호무역에 파열음 커져
브렉시트 이후 상황 대비도
프랑스가 중국과 러시아로 교역의 지평을 넓히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격화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프랑스의 주요 교역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범대서양동맹은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기업에만 유리한 세제개편안을 통과시키자 갈등은 더욱 커졌다.
프랑스는 미국이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서도 불만을 품고 있다. 프랑스는 러시아에서 내국인 17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최대 외국 투자가다. 르메르 장관은 “미국이 세계 교역에서 사실상 경찰관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이는 다자 간 관계를 지향하는 우리의 비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프랑스와 미국·영국 간 교역 규모가 워낙 커 주요 교역 상대국을 중국과·러시아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6년 프랑스와 미·영 간 교역규모는 1,195억유로(약 153조2,000억원)에 달했지만 중·러 교역은 791억유로에 그쳤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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