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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무지의 소치인가 불법용인인가

이현호 경제부 차장





한국전력은 국내 최대의 공기업으로 꼽힌다. 자산 규모가 177조원에 달한다. 한국수력원자력 같은 발전자회사까지 포함하면 250조원이 넘는다. 반면에 105조원 규모의 빚 때문에 부채 공룡으로도 불린다. 공기업의 빚은 정부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그림자 국가부채로 여겨진다. 공기업들의 빚 줄이기가 시급하다는 위기의식에 정부는 부채 감축을 지시했다. 한전도 5년 전부터 부채 털어내기에 시동을 걸었다. 5조원대인 보유 부동산을 개발해 생기는 수익으로 빚을 갚아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보유 부동산을 활용한 개발사업은 현재까지 답보 상태다. 개발사업 과정에서 법정 다툼까지 벌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감사원까지 나섰다. 한전이 보유한 20개 부지활용 사업은 사업 제안을 받는 공모 방식인데 실무자들이 잘못된 법령 해석을 내려 자격이 없는 사업자에게 개발권을 주고 참여했던 일부 민간사업자에게는 물질적 손해를 입혔다고 지적하며 시정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의 결론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부지활용 사업이 사업 타당성을 검증하겠다는 기획재정부로 넘어가면서 논란만 더 커져 오리무중에 빠졌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며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진 상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는 토지를 개발하는 공모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를 무시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는 한전이 신탁사업자가 진행하는 공모사업 형태의 사업계획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의뢰하자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재정 투입이 가능한 입찰공사 형태의 사업계획으로 변경 신청하도록 코치까지 해줬다. 법령을 잘 몰라 그런 것일까.



논란의 불씨는 또 있었다. 물질적 손해를 봤던 민간사업자들이 예비타당성 조사의 법적 근거에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기재부의 거짓말이 들통났다. 기재부는 처음에 한전의 부지활용 사업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실시하는 공모사업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답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말을 바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했다고 인정했다. 공모사업으로 진행이 어려워지자 국가 재정을 지원받아 사업을 추진하려는 한전의 편법에 길을 터준 셈이다. 불법 논란을 용인하는 것일까.

한전의 부지활용 사업은 빚 탕감을 위한 자체 프로젝트다. 모든 공공기관이 그렇게 하듯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그들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공모사업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국민 세금이 투입될 이유는 없다. 논란에 대해 기재부와 한전은 절차상 법적 문제는 없다고만 되풀이한다. 논란을 넘어 의혹으로 부풀려지기 전에 오해가 생긴 것은 풀고 잘못한 점이 있다면 깨끗이 사과하는 부형청죄(負荊請罪)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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