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과 미국 머니그램 간 인수합병(M&A) 계획이 끝내 불발됐다.
머니그램 인수를 시작으로 북미 사업을 본격화하려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앤트파이낸셜과 머니그램 간 M&A를 불허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회사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데이터 안전성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CFIUS에 제출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합병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알렉스 홈스 머니그램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1년 전 앤트파이낸셜과 합병 협상을 처음 발표한 후 지정학적 환경이 크게 변했다”며 “미 정부에 협력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CFIUS가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앤트파이낸셜은 머니그램에 합병 해지 수수료로 3,000만달러를 지급하는 대신 머니그램과 미국·중국·인도·필리핀 등 아시아 시장에서 송금 및 디지털 결제 관련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앤트파이낸셜은 알리바바 계열 디지털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금융사로 지난해 1월 12억달러에 미 송금 서비스 업체 머니그램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앤트파이낸셜의 M&A 가운데 최대 규모이자 미국 주요 업체에 대한 업체의 첫 인수 시도였다. 앤트파이낸셜은 지난 1년간 M&A 이후 보안 문제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CFIUS와 접촉해왔다. 양사는 75일이 소요되는 CFIUS의 검토 과정을 세 차례나 거치고 미국인 신원 확인에 이용될 수 있는 데이터에 대한 추가 보안조치를 제안했지만 끝내 CFIUS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보안이 문제시됐지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및 중국으로의 정보유출 우려, 북핵 해결을 둘러싼 잡음이 M&A 불발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실제 앞서 캐넌브리지캐피털파트너스·차이나오션와이드홀딩스그룹·오리엔트혼타이캐피털 등 중국계 기업들의 M&A 역시 미국의 정보기술 유출 가능성 제기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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