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고교 내신

서울 지역 고등학교들이 같은 문제를 ‘재탕’하거나 시험 채점을 허술하게 하는 등 내신관리를 부실하게 해오다 교육 당국에 적발됐다.

3일 서울시교육청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사립고인 A고교는 2014학년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141건의 중간·기말고사 출제 오류가 발견됐다. 지난해 18건, 2016년 37건, 2015년 48건, 2014년 38건 등이다. A고는 정답을 바꾸거나 복수정답을 인정하는 등 당국 심의 없이 채점 결과를 몰래 바꿨다. 이 학교는 또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특별반을 편성하고 오전·오후 자율학습에 참여하도록 강제한 사실도 적발됐다. 교육청은 우열반 편성·운영과 강제자습을 금지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B외고는 2016학년도 기말고사에서 두 사람 이상의 채점자가 채점하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교사 1명에게 서술·논술형 문제 채점을 맡긴 사실이 드러났다. 지침에 따르면 서술형·논술형 문제는 2명 이상의 채점자가 점수를 매겨 평균을 내 점수를 부여해야 한다. 이 학교는 2016학년도 중간·기말고사 일부 과목 문제가 전년도와 똑같이 출제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 C외고도 2016학년도 1학기 중간고사 러시아회화 문제 4개가 전년도 문제와 같게 출제된 사실이 적발됐다. B외고와 마찬가지로 서술·논술형 채점에 교사 1명만 참여하고 점수를 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학교는 답안지 봉투에 교사 2명이 참여한 것처럼 서명해 적발을 피하려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시험관리를 부실하게 한 책임을 물어 A고와 B·C외고에 기관주의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