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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위기의 초콜릿





1975년 3월 국내의 한 제과 업체가 ‘가나쵸코렡’이라는 토종 초콜릿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나오자마자 유럽산 차지였던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맛과 향에서 정통 유럽 초콜릿에 뒤지지 않는다는 입소문을 타고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것. 32g짜리의 판매가가 100원이었는데 당시 짜장면값이 140원대였던 것을 생각하면 꽤 비싼 편이다.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은 부드러운 식감. 가나에서 수입한 질 좋은 카카오콩·버터를 듬뿍 사용했다고 한다.

제품 이름에까지 넣을 정도였으니 가나 카카오에 대한 제조사의 믿음이 컸던 것 같다. 가나는 코트디부아르와 더불어 양대 카카오 생산지다. 현재 전 세계 초콜릿의 절반 이상이 두 나라에서 재배된 카카오 열매를 쓴다. 카카오나무는 가나처럼 적도를 중심으로 위도 20도 이내의 습한 열대우림 지역에서 잘 자란다. 특히 좋은 품질의 열매가 나오려면 일 년 내내 기온과 강우량·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이런 환경을 갖춘 곳이 드문데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량 재배도 불가능해 전 세계 카카오 작물의 90% 이상이 소규모 자작농에서 나온다. 최대의 카카오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까지 불법 재배가 횡행하고 있다고 한다.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초콜릿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중국과 인도 등에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초콜릿 소비가 크게 느는 추세다. 이로 인해 수년 내 카카오 공급이 매년 10만 톤씩 부족해질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경고가 최근 나왔다. 더선 등 영국 언론이 지구온난화 탓에 30년 안에 지구에서 초콜릿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소개했다. 지구 날씨가 뜨거워지고 건조해져 2050년께는 카카오나무가 살아남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초콜릿 애호가들에게는 불편한 소식이다. 위기를 느낀 미국 초콜릿 업체 마스 등이 유전자기술을 이용해 새 기후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카카오 열매 개발에 나선 모양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것은 미봉책에 불과하지 싶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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