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는 인력난을 이유로 종업원 수 30인 미만 영세 중소업체에 한해 노사가 합의하면 최대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소 영세기업에 휴일 특별연장근로 8시간 허용’이 의미가 있으려면 그 타당성 여부 논란에 앞서 먼저 근로기준법상의 허점을 보완해야 할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1주일은 5일이라고 해석하는 황당한 행정지침이 폐기되거나 폐기를 담보하는 법률안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 노동시간제도는 주 40시간제다. 노사가 합의하면 연장근로 12시간이 허용돼 최대 주 52시간까지 근무시간이 연장될 수 있다. 그런데 주간 근로시간 한도에서 휴일노동은 제외된다는 행정해석으로 인해 기준 노동시간 40시간에 평일 연장근로 12시간, 그리고 휴일근로 2일 16시간을 더해 68시간까지 허용되는 체제였다. 근로시간에 관한 한 휴일은 1주일에서 제외하고 1주일은 5일이라고 보는 황당한 행정지침이 오랜 기간 방치돼 장시간 노동체제를 조장해온 것이다. ‘월화수목금금금’을 부추기는 구조다. 그것도 전근대적 기업경영이나 주먹구구식 노무관리 때문이 아니라 한 나라의 노동행정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에 의해 이뤄졌다.
일찍이 마땅히 사라졌어야 할 이 조항이 버젓이 살아 있다. 기업규모별 단계적 도입 방안이나 휴일연장근로 수당의 중복할증 문제, 그리고 지금 다루고 있는 사안인 중소 영세기업에 대한 허용 특례 등 꼬리를 무는 보완대책 논란으로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폐기되지 않고 있다.
둘째, 연장근로수당 할증은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근로시간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이미 1일 8시간 노동, 주 연장근로 12시간, 추가 휴일근로의 어떤 것도 제한받지 않는다. 중소 영세업체에 특별연장근로 8시간 허용 주장은 현재도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영세업체에 기대어 5인 이상 사업체에 특례를 부여하자는 주장이다. 이미 방대한 사각지대를 안고 있는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오히려 근로시간 관련 규정에서 5인 미만 사업체 적용 예외 조항을 없애고 나서야 논의를 출발시킬 수 있는 사안일 뿐이다.
노동 양극화 극복을 말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노동조건의 하나인 근로시간과 해고제한, 그리고 취업규칙 작성을 통한 보호장치에서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를 제외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형식상으로 상시 고용 5인 미만이거나 10인 미만으로 등록돼 있지만 사실상 한 기업구조 안에서 여러 개의 사업장을 영위하는 경우도 제외될 수 있는 크나큰 허점까지 존재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10인 기준이든 30인 기준이든 50인 기준이든 중소 영세기업의 범위를 최대한 축소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40시간제가 도입될 때 주 5일제 시대가 개막됐다고 했는데 그것은 착각이다. 사무관리직에게나 적용되는 얘기이며 생산직·기술직·서비스직·노무직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이들에게 평일 연장에 주말 특근까지 계속하는 장시간 노동체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인간의 존엄을 위해 마련된 근로기준법의 정신, 일과 삶의 조화를 도모한다는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와 무관했던 것이다.
3개월 단위 탄력적 시간제도로 인해 기업들은 일이 많을 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더 일 시킬 수 있다. 이런 제도는 40시간 미만의 기준시간을 가진 노동 선진국 수준에 있는 제도인데 전근대적 장시간체제를 조장하는 편법과 예외를 가진 나라에 버젓이 도입돼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26개 특례업종까지 노동시간 관련 제도의 적용도 양극화돼 있다.
영세업체 노동자도 장시간노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구도 장시간노동 제한에 예외일 수 없다. 더 이상 예외가 필요 없는 나라여야만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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