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화를 앞둔 대구함은 한국 해군의 과거와 미래가 담긴 함정이다. 우선 대구함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지난 1994년 퇴역한 미국제 구형 구축함의 이름을 물려받았기에 그렇다. 해군에서 쓰던 대구함은 1974년 미국 해군이 예비역으로 전환한 구축함 월리스린드(미 해군 함번 DD-703)를 도입해 이름을 바꾼 구형 구축함. 미 해군이 2차 세계대전 기간에 58척을 건조한 서머앨런급을 인수한 한국 해군은 20여년 동안 주력함정으로 써먹었다.
옛 대구함은 강력한 무장이 특징. 2연장 5인치 함포로 구성된 포탑만 3개. 여기에 40㎜ 대공포와 20㎜ 벌컨포까지 갖춰 ‘작은 전함’으로 불렸다. 대구함이 퇴역한 뒤 24년 만에 현역으로 취역할 새 대구함의 외형은 예전만 못하다. 눈에 들어오는 함포라고는 함수의 127㎜(5인치 함포와 동일 구경)포 하나뿐이다. 그러나 성능은 예전과 비할 바가 아니다. 대구함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 제한적이나마 스텔스 기능을 가졌고 대잠수함 작전능력이 뛰어나다. 엔진 소음이 작은데다 성능이 뛰어난 ‘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선체 고정식 음파탐지기(소나·HMS)뿐 아니라 예인선 배열 소나(TASS)를 탑재한다. TASS는 썰매 형태의 소나를 긴 줄에 매달아 예인하는 시스템으로 보다 넓은 지역을 수색할 수 있다. 대잠수함 작전능력만 따지면 대구함은 국내의 어떤 수상함정보다 우수하다. 수중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청탐 기능은 이지스구축함을 능가할 정도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무장도 강력하다. 대지상 공격이 가능한 한국형 순항미사일에 한국형 단거리 함대공미사일인 해궁 미사일을 탑재한다. 인천급 ‘Batch-3’로 국산 이지스레이더를 탑재한 차세대 호위함의 원형이어서 한국 해군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함정으로 손꼽힌다. 해군은 대구함과 동급 함정을 많으면 8척 건조할 예정이나 예산 사정으로 조정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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