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여성입니다. 상사가 성적 농담을 밥 먹듯이 해 고통받고 있습니다.”(페이스북 ‘직장인 대나무숲’)
“지난달 결혼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입니다. 원장님이 결혼 축하는커녕 인력이 부족하니 아이를 내년에 가지도록 조절하라고 요구하네요.” (네이트판 ‘회사생활’ 게시판)
지난해 12월 초 발표한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를 보면 직장 내 갑질 횡포는 직장인 10명 중 9명(88.6%)이 경험할 정도로 심각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내에 제보하면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해 혼자 속앓이만 하고 있다. 이처럼 갑질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을 위한 ‘을의 대피처’가 있다. 온라인 해우소라고 불리는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이 그곳이다.
박성우(44) 노무사는 이 단체의 창립 멤버이자 핵심 운영진이다. 지난해 초 박씨 등 몇몇이 직장 갑질과 불합리한 관행을 바꾸자고 뜻을 모은 뒤 노무사·변호사·노동전문가 등 자원봉사자 241명이 순식간에 모여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했다.
“온라인 대나무숲이 고충을 토로하는 익명 게시판이라면 저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률적 방안을 고민하는 공간이죠.”
박씨는 대학 시절 공대 산업공학과를 전공했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로 수많은 직장인이 쫓아나는 모습을 목도하며 노무사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시험 합격 이전부터 그 바닥에서 유명세를 떨쳤다. 정보 공유 온라인 카페인 ‘노동과 삶’을 만들어 수험생뿐만 아니라 현직 노무사들에게 전문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카페 운영 경험을 살려 5개월여간의 준비 끝에 출범한 ‘직장갑질119’에는 억눌린 직장인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출범 한 달 만에 676건의 e메일, 1,330건의 오픈 채팅방 제보가 이어졌다. 특히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장기자랑을 강요해 물의를 빚었던 한림대 성심병원 사건을 알리면서 직장인 사이에서 ‘을의 대피처’로 떠올랐다.
“사실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갑질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들이 많아요. 해결책은 고민이 같은 사람들이 뭉쳐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죠. 흩어진 을들을 모아 힘을 모을 수 있는 튼튼한 울타리가 되는 것이 제 역할 아닐까요.”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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