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석학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 “한국도 미국이 흑자를 크게 내고 있는 서비스 부문을 강하게 부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전미경제학회에서 ‘트럼프노믹스 1년 평가’를 주제로 한 패널 세션에 참석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간 무역에서 상품수지 적자가 크다는 것만 알고 서비스수지에서 미국의 흑자가 훨씬 크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대미 서비스수지 적자는 지난 2016년 143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그는 또 트럼프 정부가 제기하는 자동차 부문의 무역수지 적자와 관련해서도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무역장벽을 쌓아 흑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며 한국 정부가 당당히 대응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자동차 때문에 FTA 재협상을 하는 것은 큰 실수”라며 “미국에 나쁜 조항이 있더라도 이미 협정이 체결돼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한미 FTA를 폐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스티글리츠 교수는 관측했다. 그는 “FTA를 폐기하면 미국 측의 손해도 큰데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밀어붙일 수는 없다”면서 “아이러니지만 북핵 위기가 한미 FTA를 지켜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해 강력한 한미동맹이 절실한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한미 FTA를 폐기해 북한만 이득을 볼 상황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중 무역갈등에 대해서도 “중국은 미국보다 협상력이 우위”라고 평가하면서 트럼프 정부가 대중 무역전쟁을 일으키기 힘들 뿐 아니라 미중 무역마찰이 생겨도 중국에 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관계를 ‘제로섬’으로 보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관계가 안정성을 갖고 구축돼야 한다는 점도 모른다”고 비판하며 “무역수지는 국내 저축과 투자라는 거시경제적 요건에 좌우되는데 트럼프는 이 점을 전혀 모른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은 글로벌 자유무역협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왔다”며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큰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필라델피아=손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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