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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北 비핵화 해법, 실패의 교훈서 찾아라

신원식 예비역 육군 중장·전 합참 작전본부장

유엔 대북제재 경제봉쇄로 강화

美 공조로 中의 北 감싸기 차단

한미 군사적 해결 가능성 열어야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뜨겁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무장 완성을 위한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고 우려한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북핵 위기 과정을 살펴보고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제1차 북핵 위기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지난 1993년 3월부터 2002년 10월까지의 시기다. 이때는 영변 원자로의 플로토늄(Pu)이 문제였으며 대북지원과 핵무기 개발을 맞바꾸는 북미 간 제네바 합의 체제가 해법이었다. 그러나 2002년 10월 미국의 제임스 켈리 대북특사가 방북했을 때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시인함으로써 제네바 합의 체제는 종말을 고했고 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됐다.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 중국을 의장국으로 하는 6자회담 체제였다. 이 역시 북한의 핵 개발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실패한 이유는 첫째, 북한의 핵 개발 동기와 핵 포기에 대한 대가가 일치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핵을 개발한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은 성공했다. 핵 개발 동기가 생존이 아니었던 아르헨티나·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은 포기했다. 북한은 모든 나라에 비해 핵 개발 동기가 가장 강력하다. 북한은 경제적 지원이나 팔다리를 비트는 정도의 대가로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둘째,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북한은 옛 소련으로부터 입수한 기술을 기초로 필사적으로 노력해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핵을 개발했다.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동안 대동강의 기적을 이룬 것이다. 우리는 남북이 우수한 DNA를 가진 같은 한민족이라는 것을 잠시 잊은 것이다.



셋째, 우리는 협상과 제재가 양립이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제재가 있어야 제대로 된 협상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북한이 생존에 걱정이 없는데 생명인 핵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없다.

넷째, 그동안 유엔 대북제재는 본질적으로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었다. 북한의 대외무역을 불법거래와 합법거래로 구분하고 불법거래, 즉 무기거래만 금지하는 선별제재였다. 북한의 대외통상에서 무기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분이고 증거를 잡기도 어렵다. 그래서 2016년 11월 나왔던 대북제재결의 2321호부터 지난해 2371호, 2375호, 2397호는 합법·불법을 구분하지 않고 통제하는 포괄제재로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경제봉쇄가 아니고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불확실해 북한이 생존이 위태로울 만큼 타격을 받기에는 부족하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해법은 지금까지의 과정을 교훈 삼아 실천하는 것이다. 북한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압박으로 핵에 대한 그들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게 하면 된다. 이를 위해 먼저 유엔 대북제재의 성격이 경제봉쇄 수준으로 강화돼야 한다. 또 미국의 독자제재가 필요하다. 그러면 중국은 북한을 감싸면서 얻는 이득보다 손실이 훨씬 커지고 태도를 바꾸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을 각오하면 할 수 있다. 당연히 우리도 이에 힘을 보태야 한다. 그리고 평화적인 비핵화를 북한이 거부하면 군사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북한과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한미 연합에 의한 군사적 해결이다. 세계 최대의 통상국가인 중국은 미국과의 전쟁을 각오하고 개입할 수도 없고 모른 체하기도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북한 역시 핵 제거를 받아들일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지를 선택해야 한다. 잃을 것이 많은 김정은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진정한 평화적 비핵화의 길은 핵이 북한 생존에 해(害)가 된다고 느낄 때, 중국이 북한의 핵 포기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때 비로소 열린다. 우리는 이에 따른 비용과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군사적 옵션이나 핵무장한 북한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것보다 훨씬 덜 위험하고 비용도 저렴하다. 우리는 눈앞의 평온을 위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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