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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건설 산업도 혁신성장 발판 마련해야

김영한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과장





0.2%. 이 숫자는 다름 아닌 지난 2016년 건설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경상 연구개발비 비중이다. 제조업의 11분의1, 농업의 9분의1 수준이다.

민간 기업의 혁신 노력을 이야기할 때 지표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다. 숫자로 보는 바와 같이 건설 산업의 R&D 투자 규모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기술개발에 대한 무관심과 첨단에 대한 외면은 결국 미래 경쟁력의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건설 산업의 현실은 세계적인 융복합 추세와도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설계·시공·유지보수라는 일련의 건설 과정에는 각각 업종 칸막이가 존재한다. 그간 이런 식의 칸막이를 들어내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업종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규제 개혁이 가로막혀왔다.

건설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모두 바뀌어야 한다. 기업은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 프랑스의 세계적 건설사인 부이그는 본사에 대규모의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제로에너지 등 다양한 신사업 분야를 실험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기업도 과감한 투자로 새로운 성장 분야를 발굴하고 빌딩정보모델링(BIM) 등 4차 산업혁명과 건설 산업의 연결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건실한 업체가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한다. 앞으로 업종 규제를 완화해 혁신성장의 토양을 마련함과 동시에 발주제도를 역량평가 중심으로 개편해 부실 업체를 차단하는 데 정부의 역량을 집중해나갈 계획이다.

정부와 민간의 협업도 중요하다. 해외 건설 수주전은 점점 국가대항전이 돼가고 있어 국가의 지원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모두 중요하다.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기업과 민간 기업을 씨줄과 날줄처럼 연결해 ‘팀코리아’를 만드는 가교 역할을 적극 수행해나갈 것이다.

고도성장기 건설 산업은 혁신을 위한 큰 노력 없이도 양적인 성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저성장 기조에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밀려들고 산업 구조가 급속도로 뒤바뀌는 시대가 왔다. 인공지능(AI)이 설계를 해주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지금의 건설 산업은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대응하는 사후약방문식,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용접이 필요하다. 올해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읽는 창의적인 혁신과 규제 개선 노력이 잘 맞물려 건설 산업 재도약의 시작을 알리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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