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경제학술회의에 모인 경제학계 거물들이 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배제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애정 어린 비판을 가한 것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동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공급 측면을 무시한 반쪽짜리 경제이론이라거나 장기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미국 석학들의 쓴소리 역시 기업 투자나 생산성 증대 같은 후속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비 진작과 경제 성장이라는 기대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뼈아픈 진단과 다름없다.
이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감세 및 규제완화 정책에 대해 민간소비를 촉진하고 기업 수익을 높이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반트럼프 진영의 대표주자였던 실러 교수조차 “기업가정신이 호전되고 창업활동을 북돋운다”고 호평했을 정도다. 보수적 통상정책 등을 둘러싼 우려가 여전하지만 비판 일색이었던 지난해의 분위기와 확연히 달라진 것이어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새해 들어 소득주도성장의 실험적 정책에 따른 부작용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취약계층부터 생활고에 시달린다면 소득주도성장의 뿌리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럴수록 무리한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균형을 맞춰나가는 정부의 세심한 정책적 조율이 절실하다. 세계 석학들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아무도 가지 않은 정책실험에 매달릴 만큼 한가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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