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의 파장은 자못 심각하다. 일개 공기업 파산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대외신인도와도 직결된다. 민간이든 공기업이든 한국은 해외 자원·에너지 시장에서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국제무대에서 명함도 못 내밀게 된다는 얘기다. 정부도 이런 점을 우려해 파산이라는 극단적 선택은 배제하려는 모양이지만 해법 모색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여당의 기류가 부정적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공사의 법정 자본금을 2조원에서 3조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광물자원공사 지원 법안을 여당 주도로 부결시켰다. 여권에서는 “공기업도 잘못되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강경론이 득세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공기업 파산 방치는 국정의 한 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의 역할을 망각한 무책임한 처사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과거 과속·졸속이 초래한 해외 자원개발 참극까지 두둔하자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혹은 과거의 실패에 얽매여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투자실패에 대한 책임 규명도 검찰과 감사원이 나서 할 만큼 했다. 정부가 때마침 해외 자원개발의 실패와 문제점을 파악해 구조조정을 포함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한다고 한다. 국회에서 증자 방안이 부결됐다면 정부가 나서 차환발행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과거 실패를 문제 삼아 파산을 방치하면 해외 자원개발을 포기하는 것밖에 안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