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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를 지킵시다] 직장인 25% "사생활 침해 경험"..."갑질 이유는 권위주의" 70%

설문으로 본 '2018 대한민국 예의 리포트'

10명중 7명 "공공장소에서 어린이로부터 피해"

'노키즈존' 도입엔 찬성 54%-반대 46%로 팽팽

입시경쟁 영향 사제간 예의도 70%가 "나빠졌다"





서울경제신문이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7명은 공공장소에서 어린이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노키즈존(유아 출입금지)’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의 비율이 각각 54%, 46%로 팽팽하게 맞섰다.

노키즈존 제도는 그동안 공공장소에서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행위가 발생해도 참아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제도적 장치를 통해 공존을 거부하는 단계로 한국사회가 진입했음을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듯 어린이들의 미숙한 행동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강제적으로 원천차단하는 것보다는 잘못된 행동을 고쳐 함께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키즈존과 같이 문제를 일으키는 특정인을 배제하거나 처벌을 주는 방식은 다른 나라에서도 사례가 드물고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며 “어린 친구들이 삶의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사례를 중심으로 토론을 활성화하는 등 공감형 교육을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예의가 중요한 관계로 여겨졌던 사제 간 예의도 예전보다 크게 악화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제 간 예의에 대한 현재 상황을 묻는 질문에 10명 중 7명인 70%가 ‘과거에 비해 나빠졌다’고 답했고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사제 간 관계가 무너진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유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만큼 현재 학교에서의 사제관계 붕괴가 복합적인 문제라는 증거다. 실제 사제관계 붕괴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입시 위주 교육으로 공교육을 무시하는 학생(37%)’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 ‘학생인권 존중과 달리 교권은 경시하는 교육정책(31%)’ ‘선생님에 대한 예절교육을 가정에서 하지 않는 부모(22%)’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사(10%)’ 등과 아주 큰 차이는 없었다. 교사에 대한 폭행을 학생들이 죄의식 없이 저지를 정도로 사제 간 예절이 사라진 것은 학생 외에도 교육 당국, 부모 등 총체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육 당국과 부모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스승을 존경하는 인성교육 강화와 교권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에서도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직장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분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소통 부족(32%)’이었다. 이외에도 ‘지나친 사생활 개입(25%)’ ‘술 중심 회식문화(21%)’ ‘상사의 반말 및 폭언(19%)’이 뒤를 이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사생활 개입을 선택한 응답자가 4분의1에 달했다는 점이다. 직장 동료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대한 기준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한 대형 보험사에 다니는 고기원(33·가명)씨는 “직장 상사가 주말에 애인과 무엇을 했는지 물어볼 때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 난감하다”며 “윗사람 입장에서는 관심의 표현이나 조직 내 소통 활성화 수단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아랫사람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고 전했다. 직장 내 선후배 간 ‘갑질’이 일어나는 이유로는 10명 중 7명이 ‘권위주의 문화’를 꼽았다. 호칭 등 형식적인 변화보다 후배 직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하는 기업문화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공공장소에서 가장 불쾌한 매너로는 ‘큰 소리로 떠들기(24%)’를 가장 많이 꼽았다. 뒤를 이어 ‘새치기 등 순서 안 지키기(23%)’ ‘화장실 등 공공시설 더럽게 이용하기(20%)’ ‘시끄러운 전화 사용(17%)’ ‘아이들 소란(10%)’ ‘지나친 애정행각(6%)’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불편함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불편한 행위로는 ‘승하차 때 거칠게 미는 행위(27%)’와 ‘큰소리로 통화하기(22%)’를 꼽았고 ‘승하차 출입구에 몰려 서 있기(17%)’ ‘새치기(14%)’도 지목됐다.

한편 예절과 예의라는 명목으로 지나치게 개인을 억압하거나 사사건건 간섭하는 경우도 일상생활에서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과도한 배려나 예절이 강요되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학교와 직장 내 연령 차이 예절’을 뽑은 응답자가 38%로 가장 많았다. ‘옷차림 등 표현의 자유 지적(24%)’ ‘교사와 학생 간 규율(14%)’을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황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변화 속에 예의의 가치나 규범 자체가 많이 바뀌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공론화해 사회적 합의를 거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개인 스스로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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