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고려시대 불감과 관음보살상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 친구들(YFM)이 일본의 고미술상으로부터 구매한 뒤 박물관에 기증한 고려 불감과 관음보살상을 9일 공개했다. 불감은 나무·돌·쇠 등으로 만든 작은 불전으로 사찰 이외의 장소에서 예불을 돕는 기능을 한다. 이런 소형 금속제 불감은 고려 말 조선 초에 집중적으로 제작됐으며 현재 약 15점이 남아있다. 소형 불감은 상자 형태에 지붕 모양 뚜껑이 있는 전각형과 지붕이 없는 상자형으로 구분되는데, 이번에 돌아온 고려 불감과 같은 상자형은 특히 사례가 적다.
주목할 만한 점은 불감 내부의 석가여래 설법 장면을 타출(두드려서 모양이 겉으로 나오게 하는 방식) 기법으로 제작한 부조 장식이다. 금강역사상이 새겨진 문을 열면 중앙에 석가여래가 있고, 좌우의 협시보살, 10대 제자, 팔부중(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신)이 새겨진 얇은 금속판이 덧대어있다. 고려시대 불감 중 유일하게 팔부중이 등장하는 여래설법도로 조선 후기에 유행한 영산회상도의 시원으로 볼 수 있다.
불감과 함께 전래된 관음보살상은 원·명대 불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보살상의 크기와 불감 내부의 고정장치를 통해 본래 2구의 상이 불감 안에 안치됐을 것으로 보이나 현재는 한 점만 전한다.
‘고려 불감’은 뚜껑과 앞뒷면, 문이 순동으로 제작됐고, 보살상은 은 위에 금으로 도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12월4일부터 열리는 ‘대고려전’에 ‘고려 불감’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불감은 일제강점기 대구의 병원장이자 고미술 수집가였던 이치다 지로의 손에 들어간 뒤 해방 이후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약 30년 전 고미술상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 친구들은 지난해 모금을 해 일본에 있던 ‘고려 불감’을 구입했다. 국립중앙박물관회의 문화재 기증은 이번에 10번째로 지금까지 고려 나전경함, 간다라불상, 비슈누상, 미투라상 등을 기증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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