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가슴뛰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폭발적인 입소문에 힘입어 박스오피스 1위로 역주행하며, 지치지 않는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1987>에서 단연 빛나는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김윤석과 김태리를 향한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처장’ 역을 맡아 시종일관 관객들의 주먹을 불끈쥐게 만든 장본인 김윤석. <타짜>의 ‘아귀’, <황해>의 ‘면정학’ 등 그동안 소름끼치는 연기로 매번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김윤석은 <1987>을 통해서 악역 연기의 또 다른 획을 그었다.
실존인물을 토대로 한 캐릭터인만큼 인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더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김윤석은 투박하면서도 서늘한 평안도 사투리, 매서운 눈빛, 마우스피스를 사용해가며 완성해낸 강렬한 인상 그리고 목적에 위배되는 대상을 향해서 가차없는 응징을 지시하는 등 강인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캐릭터를 각인시켰다. 김윤석의 ‘박처장’은 여러 인물들이 릴레이를 하듯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1987>에서 단단한 주춧돌 역할을 하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파격적인 데뷔작 <아가씨>의 ‘숙희’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1987년 보편적인 시민들을 대변하는 87학번 대학 신입생 ‘연희’ 역을 맡아 공감을 이끌어낸 김태리. <1987>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김태리가 그려낸 ‘연희’의 공감을 자아내는 감정의 진폭 때문일 것이다.
삼촌인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의 부탁으로 사건의 실체를 알리는 옥중 서신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 ‘연희’는 영화 속에서 중요한 사건을 잇는 역할을 맡은 동시에,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권력의 부당함을 알고 그에 맞서는 이들의 선택이 옳다는 것도 알지만, 저항했던 이들과 그 가족의 아픔 또한 너무 잘 알기에 끝까지 외면하고 싶었던 ‘연희’의 심정은 그 시절 평범했던 모두의 마음을 담아내며, 지금의 관객들을 1987년을 살아갔던 이들이 느꼈을 법한 감정의 한가운데로 데려간다.
<1987>은 전국 극장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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