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5t 민간 사다리차가 건물을 휘감던 시커먼 연기 속에서도 3명을 구조했다. 소방당국의 16t 고가 사다리차가 비좁은 골목에서 자리를 잡는데 시간을 허비하다 한 명도 구하지 못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참사 당일인 지난해 12월 21일 제천소방서에서 출동한 고가 사다리차는 5t 민간 사다리차보다 일찍 화재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그러나 자리를 잡는데 30분을 허비했고 진화와 인명 구조에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좁은 골목길에서는 규모가 작은 사다리차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고가 사다리차가 화재 현장에 도착한 것은 첫 신고 접수 후 27분 뒤인 오후 4시 20분. 소방관들은 고가 사다리차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아웃 트리거’를 펼쳐 차량을 고정하려 했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량 길이가 11.9m나 되는 데다가 아웃 트리거를 펼치려면 5.6m의 폭이 필요했지만 당시 공간은 그렇게 넉넉하지 않았다. 결국 소방관들은 건물 인근 철제 울타리를 철거하고 공터 내부로 차량을 이동시킨 뒤에야 사다리를 펼 수 있었다. 이때는 출동 후 30분이 지난 오후 4시 50분이었다.
고가 사다리차가 자리를 잡는 데 애를 먹을 당시 덩치가 작은 5t짜리 민간 사다리차가 서둘러 건물 모서리에 주차, 8층 베란다 난간에 있던 3명의 목숨을 구했다. 민간 사다리차는 차량 폭이 2.3m에 불과해 골목길 진입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사다리를 쉽게 펼칠 수 있어 인명을 구하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소방당국은 좁은 도로나 공간에서 신속히 아웃 트리거를 펼친 뒤 사다리를 올려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경량 복합 사다리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3명을 구한 민간 사다리차와 마찬가지로 5t 용량의 차량에 사다리를 장착하고 물을 뿜어내는 방수 기능을 추가하면 된다. 현재 전국의 각 소방서에 배치된 고가 사다리차는 적재 용량이 최하 8t, 최대 16t이다.
경차 사다리차 도입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국 소방서에 일괄 보급하기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장기 과제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대형 복합건축물에 소방차량 전용 주차 공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관계부처 협의도 이뤄지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신속한 화재 현장 접근 등을 위한 다양한 대책 모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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