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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신정(新正)과 설날 사이

김창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2018년이 시작된 지난 1월1일, 첫 일출을 보려는 수많은 인파가 어김없이 해맞이 명소로 유명한 곳에 모여들었다. 밝아오는 지평선을 보며 다양한 염원을 품었으리라.

오늘날 신정의 해맞이가 한 해를 시작하는 의례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본디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풍속은 아니다. 게다가 우리가 1월1일을 신정(新正)이라고 부르는 것도 본래 우리의 전통과 다른 태양력에 따른 것이며 일제강점기 메이지유신으로 서구화된 일본의 강요로 시작된 것이다.

신정의 강요는 광복 후에도 계속됐는데 정부는 1950년대에 음력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음력설을 공휴일에서도 완전히 제외했다. 1980년대 초반에도 이른바 ‘구정(舊正)’은 버려야 할 구시대의 문화로 치부됐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이 여전히 음력설을 고수했기에 결국 1985년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고 1989년에 와서는 본래의 ‘설’로 제 자리를 찾게 됐다. 다양한 이유로 신정을 강요했지만 본래의 설만큼은 없앨 수 없는 고유의 명절이었다.

올해 설은 2월16일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정월(正月)이 아니라 섣달(음력 12월) 직전이며 무술년(戊戌年) 역시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한 해의 시작인 설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설에는 조상에 대한 차례부터 시작해 다양한 의례와 놀이가 행해졌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정월을 맞기 전달인 섣달 또한 매우 중요한 시기로 여겼다. 궁궐에서는 국가 제사인 납향(臘享)을 지내며 그간의 농사 상황을 여러 신에게 고하고 한 해 동안 쌓인 액운을 없애고 새해를 깨끗이 맞기 위한 구나의식(驅儺儀式)을 열기도 했다. 민가에서는 가까운 가족들을 찾아 한 해 동안의 보살핌을 감사하는 인사인 묵은세배를 올리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집 안 곳곳에 불을 밝히고 밤을 새워 새해 첫날을 맞았다. 새로운 것을 맞기 전에 묵은 것을 정리하는 것 또한 중요하게 여긴 조상의 생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새해는 무술년, 개의 해다. 개는 동물 중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존재이자 전통적 상징에서는 땅을 지키는 십이지신 중 열한 번째 신장(神將)으로 악귀를 쫓고 공간을 지키는 길상(吉象)으로 여겨진다. 일상생활에서도 충성스러움과 온유함·용맹함의 상징으로 잘 알려졌다.

다가오는 무술년에 예부터 인간의 주변에서 활기찬 모습을 보여온 개의 밝은 기운이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새해를 기다리는 마음에 보태 묵은해를 잘 정리하는 것으로 조상의 의미 있는 가르침을 지켜봄도 좋을 듯하다.

김창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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