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국정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데 이의를 달 이는 없다. 문제는 속도와 균형이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이 정착되면 소비가 살아나면서 경제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지난해 12월 음식·숙박·서비스업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수년 만에 고용감소를 경험해야 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대통령 공약대로 2020년까지 1만원이 되려면 앞으로 2년간 두자릿수씩 올려야 한다. 취약계층에게 그 기간은 고통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도 원래 의도와 무관하게 노노(勞勞) 갈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삶의 변화’가 의도와 달리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일자리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개개인의 삶의 기반”이다. 일자리의 최일선에는 기업이 있다. 당연히 기업 투자가 늘어나야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신년 기자회견 어디를 둘러봐도 이를 위한 처방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근로시간 단축과 재벌개혁, 공정경쟁의 칼을 꺼내 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 옥죄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미국·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가 ‘기업 기 살리기’에 나서는 것과는 딴판이다. “기업활동을 억압하거나 위축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사람중심 경제’가 되려면 민생이 반듯하게 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근로자가 모두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터야 한다.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밀어붙이기 정책은 사회 곳곳에서 울리는 작금의 아우성만 더 키울 뿐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포함한 노동정책의 속도를 조절하고 찬바람 쌩쌩 부는 허허벌판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에 지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이것 없이는 어떤 특단의 대책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