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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오쿠숀과 강남3구





아카사카는 일본 도쿄의 대표적인 번화가 중 한 곳이다. 국회의사당을 비롯해 총리관저, 영빈관과 주요 외국대사관저, 고급호텔·주상복합이 밀집해 있다. 2007년부터 아카사카에 부동산 광풍이 몰아쳤다. 자고 나면 이 일대 ‘만숀(‘맨션’의 일본식 발음·고급아파트)’ 가격이 적게는 수백만엔에서 많게는 수천만엔씩 뛰었다. 통계에 따르면 2007~2008년 아카사카 일대 맨션 가격은 4배나 올랐다.이 과정에서 ‘오쿠숀’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억(億)’이라는 단위에 ‘만숀’을 합성한 것으로 1억엔(약 9억5,000만원)이 넘는 고급맨션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오쿠숀은 ‘김정일의 요리사’로 불리는 후지모토 겐지가 2012년 방북 직후 일본의 한 TV 인터뷰에서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방북 때 방 2개짜리 아파트에 살다가 오쿠숀으로 옮기도록 (김정은이) 도움을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고 말했다.

급격하게 늘고 있는 빈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일본이지만 도쿄 등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활황을 보이면서 부의 상징인 오쿠숀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본 수도권의 맨션 평균 가격은 5,551만엔으로 전년동기 대비 7.6%나 올랐다고 한다. 집값과 분양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2005년 당시만 해도 수도권 전체 맨션의 1%도 안 됐던 오쿠숀 비중이 지금은 5%로 치솟았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해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도쿄 미나토구의 ‘프라우드 롯폰기’다. 이 맨션은 평균 분양가 4억엔이라는 초고가임에도 완판됐다고 한다. 이 맨션의 펜트하우스 가격은 무려 14억3,000만엔에 달했다.



따지고 보면 서울 강남권에도 오쿠숀이 넘쳐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강남구 아파트 중위값만 해도 12억6,500만원이다. 지난 2년간 24%를 넘는 가격 상승세의 결과다. 서초구 역시 11억8,500만원이고 송파구도 9억6,000만원으로 10억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다른 듯 닮은 두 나라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정두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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