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 카페에서 만난 이호원은 본인이 왜 홀로서기를 선택 했는지에 대해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물론 대화가 진지해지는가 싶으면 바로 유쾌한 호야표(?) 개그를 선보여 취재진을 웃게 만들었다.
인피니트를 탈퇴한 뒤 글로리어스 엔터테인먼트행을 선택한 이호원에게 ‘선택’의 의미는 남다를 듯 싶었다. ‘후회 없는 선택, 그리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그는 “선택에는 공책이 필요하다”는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그는 “제가 몇 달 전에 중요한 선택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의 현명한 선택엔 에릭남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에릭남 형이 가르쳐준 선택 공책이 있다. 공책을 펼쳐놓고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걸 하나 하나 적어보는 거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스트레스 받고, 또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 지 다 적는 공책을 만들었다. 다 포기해도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가 무엇인가? 이게 가장 중요하다. ”
하루종일 선택 공책에 하나 하나 기록해 나간 이호원은 항목을 나누다보니 ‘돈’ ‘명예’ ‘인기’란 단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이 항목도 다 지워나갔다. 그에겐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기에.
“돈, 명예, 인기는 다 지웠다.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게 무엇일까. 2가지가 남았다. ‘음악’과 ‘팬’이다. 어렸을 때부터 했던 ‘음악’ 그리고 지금까지 날 좋아해준 팬들이다. 앞으로 팬을 엄청 만들겠어가 아닌 지금까지 날 믿고 지지해준 팬들이다.”
그의 현명한 선택은 옳았다. 팬덤이 등을 돌릴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지만 팬들은 그의 선택을 존중했고 응원했다. 이호원 역시 “팬들의 존중에 많이 감동했다”고 말했다.
지금에서야 의연하게 말 할 수 있지만, 그 역시 ‘명예’와 ‘인기’에 초월한 존재가 아니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겐 당연한 원리다.
그의 중대한 선택을 앞두고 주변에선 ‘너의 그 선택으로 모든 것이 다 없어질 수도 있다’는 조언을 했다. 최악의 경우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수도 있어’ 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호원은 주변의 평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제가 선택 공책에 적었듯이 ‘명예’랑 ‘인기’를 포기한다고 말한 게 정말 제가 잘나서가 아니다. 나 역시 나 혼자 힘으로 그런 사랑을 받아 온 게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인피니트’란 팀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함께 인기를 얻었던 거다. 저 혼자 있었다면 인기를 얻지 못했을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친구들도 네가 그 팀에서 나오면 드라마든 다른 곳이든 캐스팅 되기가 만만치 않을거다고 말했다. 팬들도 널 좋아한 게 아니라 그룹의 전체적인 느낌이 좋아서 그런거다는 말도 해줬다. 그럼에도 ‘음악’에 대한 내 꿈 제 선택을 응원해주는 팬분들이 계셔서 정말 많은 힘이 된다.“
이호원은 현 소속사 글로리어스 엔터 대표에 대한 신뢰감을 내보였다. 그가 소속사와 계약하면서 내건 조건은 ‘연기는 안해도 되는데 앨범은 꼭 내야한다‘고 한 점. 이에 대표는 “앨범을 꼭 내주겠다”는 말과 함께 “나는 음악 잘 모르니까 너 마음대로 해”라며 그의 음악열정을 무제한으로 인정해 줬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연기쪽으로 최대한 도움‘을 받으면서도, 자유롭게 음악을 하면서 회사의 참견 없이 앨범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는 “하고 싶은 꿈을 이룬 것 같아서 잠을 많이 못 자도 행복하다”고 웃었다. 하나를 하더라도 후회 없이 살아가고 싶은 20대 청춘의 앞날은 밝았다. 그는 “인생이란 게 한치 앞을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나. 하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싶다. 또 내 주변 사람들에게 잘 하자”는 마음이 크다.
그의 인생 모토가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그의 모토가 ‘후회하지 말자’는 아니다. 마치 ‘바르게 살자’란 말처럼 들려 깡패처럼 느껴져서 싫단다. 그의 모토는 “지금 하고 있는 걸 즐기면서 잘 해내자”이다.
“글쎄요. 제 모토가 뭘까요? 한마디로 정해놓고 살진 않아요. 제 가치관은 그런 것 같아요. 헛된 꿈,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걸 즐기면서 잘 해내자. 그런 것 같다. 예전엔 현재에 하고 있는 그것에 만족 못하고, ‘내년엔 뭐 할 거야’ 그랬는데, 아닌 것 같다. 사람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걸 재미있게 잘 하는 게 좋다.“
현재 그는 MBC 드라마 ’투깝스‘와 창작 뮤지컬 ’모래시계‘에 동반 출연중이다. 뮤지컬 ‘모래시계’에선 뛰어난 검도 실력을 갖춘 경호원 ‘백재희’ 역을 맡았다. 동명의 드라마에서 배우 이정재가 열연한 바 있는 ‘재희’는 돈과 명예를 좇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묵묵히 지키는 삶을 택하는 우직함으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경호원 ‘재희’역은 배우 김산호와 그룹 하이라이트의 손동운과 함께 트리플 캐스팅 됐다. 재희가 집단 검도를 하며 부르는 넘버 ’그만큼의 거리‘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역이다.
그는 첫 뮤지컬 도전에 대해 “극장에 가는 게 너무 설레고 즐겁고 보람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묵묵히 지키는 ‘재희’라는 인물을 소화하면서 자신이 ‘꿈’을 대하는 모습과 비슷해 공감이 간다고 했다.
“비슷한 부분들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 묵묵히 혜린을 위해서 희생하고 그녀를 지킨다. 혜린에게 ‘너 좋아해. 나랑 만나자’ 이러지도 않고 마음 속에만 가지고 있는 친구다. 내가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여신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제가 가지고 있는 꿈을 그렇게 대해왔다. 소중하게 지키고 싶었고, 노력하고 싶었다. 그런 부분이 감정이입이 됐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재희가 혜린을 보는 마음이 내가 나의 꿈을 보는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가로 그렇게 ‘꿈’의 상대이자, 여신 같은 존재인 혜린 역의 조정은 배우는 매회 무대에서 이호원에게 힘이 되는 한마디를 해준다고 했다. “정은 누나가 공연에서 같이 호흡을 맞추고 무대 밖으로 나오면, 옛날 대사처럼 ‘호원아, 왜 이렇게 잘해’ 라고 말해주신다. 그럼 전 ‘과찬이십니다’ 라며 공연 속 대사처럼 답을 한다.(웃음) 함께 하는 분들의 그런 한 마디가 감사하고 용기가 된다.”
한편 이호원의 첫 뮤지컬 도전작인 ‘모래시계’는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오는 2월 11월까지 공연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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