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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강남불패 신화를 깨려면

김성수 사회부장

집값 상승 또다른 축 '교육'

경제 정책만으론 해결 한계

강남 쏠림현상 해소 하려면

교육개혁 허점 파악이 우선





말 그대로 천정부지(天井不知)다. 요즘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 시세를 보면 ‘억’ 소리가 절로 난다. 매물을 보고 망설이는 사이 호가가 1억원 올랐다거나 매물을 보지도 않고 계약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급기야 강남구 개포동의 전용면적 84㎡(25평형) 아파트 분양권이 19억9,900만원에 매물로 등장했다. 같은 면적의 한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20억원에 거래됐고 최근 호가는 21억5,000만원이다.

마침 이달 6일 밀려 쓴 로또 번호가 당첨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1등 당첨금을 확인해보니 14억원이었다. 이제는 ‘인생 역전’이라는 로또에 당첨돼도 강남의 인기 있는 아파트 한 채도 못 산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처럼 날뛰는 집값을 잡겠다고 정부는 일찌감치 각종 처방전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7개월 동안 여섯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강남 집값은 이를 비웃기나 하듯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입주 전 분양권 거래 금지를 시작으로 대출규제 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투기지역 금융규제 강화, 청약 1순위 자격 요건 강화 등 각종 규제 카드를 내놓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긴 꼴이 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학습효과를 거친 결과였다.

그렇다면 정부 대책에 무슨 허점이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뜨거운 교육열에서 비롯한 학군 프리미엄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강남불패 신화에는 부동산뿐 아니라 교육이 다른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가 쏟아낸 교육개혁은 강남 집값을 들썩이게 한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먼저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는 강남 입성을 부채질했다. 강남 외 지역에 흩어져 있던 외고와 자사고를 없애면 명문고가 몰려 있는 이른바 강남 8학군으로 학부모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고교 입시전형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외고·자사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거둬들이고 일반고와 동시에 지원할 수 있도록 바꾸기로 했다. 이럴 경우 외고나 자사고에서 탈락한 학생은 먼 거리에 있거나 전혀 원하지 않는 학교에 배정될 수도 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강남으로 이사해 8학군 일반고에 지원하는 것이 낫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교육부의 수능과 내신 절대평가 전환도 강남 선호도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절대평가제를 도입하면 굳이 강남에 살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는 게 교육당국의 판단이지만 학부모의 입장은 다르다. 절대평가로 1등급을 받는 학생이 많아지고 그만큼 변별력이 떨어지면 각 대학이 본고사를 도입하거나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을 높이게 되고 대치동 학원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생각이다.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에 대한 방과 후 영어수업 폐지도 강남 입성을 부추길 수 있다. 놀이를 즐겨야 할 아이들에게 선행학습을 시키지 말라는 취지지만 학부모들은 영어유치원이나 사설 영어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일 때 강남으로 이사하려던 일부 학부모는 일찌감치 강남으로 진출하게 된다는 얘기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에 대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는 대치동 학원가는 학부모 입장에서 결코 외면하기 어려운 교육 성지다.

과거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드러났듯이 강남 부동산 문제는 세금과 대출규제만으로 풀 수 없다. 경제 정책만으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 교육열 높은 강남의 학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부동산 거래 규제나 단속보다 차라리 강남 명문고들을 강북으로 되돌려놓거나 사교육 온상인 대치동 학원가에 메스를 대는 방법이 집값을 잡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ss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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