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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이기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




올해 가을학기부터 모든 초등학교에서 주 2시간씩 합창 수업을 한다고 한다. 음악수업의 연장이 아니라 합창만 따로 가르치고 발표하는 수업이다. 그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노래의 의미와 삶의 재미를 동시에 터득하게 될 것이다. 혹시 가짜 뉴스가 아니냐고 의심할 수도 있겠다. 진짜기는 한데 우리나라가 아니고 프랑스 얘기다.

‘합창이 사람을 만든다, 프랑스의 교육 실험’이라는 제목의 신문기사에서 본 내용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동안 숱한 교육 실험이 있었다. “왜 우리가 애꿎은 실험재료가 돼야 하느냐”는 숱한 항의가 있었지만 교육 관료들의 ‘실험정신’은 식지 않았다. 그들은 말한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창의력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경쟁력을 기르기보다는 경쟁심을 부추긴 실험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다재다능’보다 ‘다정다감’한 사람, 창의와 협의를 모두 존중하는 사람, 혼자 이기는 사람보다 함께 즐기는 사람을 기르는 교육은 도대체 언제부터 가능할까.

‘문화국가’ 프랑스의 자부심은 기사 곳곳에 숨어 있다. “함께 노래를 불러보면, 함께 사는 법을 알게 된다”고 한다. 노래는 불러야 노래고 부르지 않는 노래는 악보에 불과하다. 노래를 만든 사람의 기쁨과 슬픔은 그 노래를 불러줄 때 비로소 재생되고 부활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선 당시 “모든 아이가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각급 학교에서 오케스트라·합창·연극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장관들 역시 “합창은 여러 목소리로 하나의 음악을 탄생시키는 작업”이라며 “합창은 즐거움 속에서 아이들 간의 결속력과 연대의식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또한 과거가 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즐거움과 깨달음이 매우 중요하다. 음악이 없는 추억, 친구가 없는 교실은 얼마나 삭막한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어른들이 마련해줘야 할 것은 1등의 자리가 아니라 공동의 무대 아닐까.

‘문화를 매개로 한 도시재생’의 사례를 찾아 직원 3명과 함께 대만 출장을 다녀왔다. 예술은 사람을 만나게 하고 여행은 사람을 이해하게 해준다. 마지막 밤 숙소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직원들에게 음악 퀴즈를 냈다. 스토리가 있는 음악을 들려주며 과거를 들춰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밤이 깊도록 음악과 사연에서 나는 헤어나지 못했다.

음악은 과거를 되살려주고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준다. 음악을 공유하는 이 순간조차도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먼 훗날 그들은 새로운 도시에서 젊은 후배 직원들에게 말할 것이다. “그 음악을 들으니 그때 음악을 들려주던 분의 따스한 표정이 떠오르네. 그런데 그분 지금도 살아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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