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이나 하는 행동, 남녀 관계에서 별 의도가 없어 보이는 일상적인 행위를 행동과학으로 분석했다. 특히 남녀 사이의 ‘밀당’에 대한 분석이 흥미롭다. 인간은 평균가 변화에는 민감하지만 총합에는 둔하며,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다. 즉 상대에 적응하고 나면 우리는 상대의 헌신을 우리의 권리로 인식하는 오만에 빠지며, 감사 대신 싫증을 느끼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밀당’이 필요하다는 것. 또 회식 장소에서는 ‘공유지의 비극’이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술자리에서 생선회를 앞에 둔 이들은 매우 비장한데, 총 대신 젓가락을 잡았을 뿐 서부 총잡이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젓가락이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자취를 감추는 회를 탐스러운 공유지로, 공유지는 공공재와는 달리 비배제적이며 경합성을 띤다. 즉 내가 생선회 한 점을 먹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드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것. 이 외에도 교양수업과 전공수업 차이를 통해 학생들의 행동패턴의 추이를 관찰하면서 ‘핵심 대중’이라는 사회학 개념을 끌어들여 질문하는 학생들의 가치를 들여다본 대목, 만장일치제의 맹점을 학위논문심사에서 발견하고 교수임용을 실력이 아닌 심리적인 측면으로 바라본 점도 눈길을 끈다. 1만4,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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